브리즈번 로어(호주) 원정을 온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의 표정은 차분했다. 수원은 지난 1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015 2라운드에서 2-1로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승리의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바로 브리즈번 원정을 왔다.
빡빡한 일정에 악재까지 겹쳤다. 수원 삼성은 18일 골드코스트 로비나 경기장에서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로비나 경기장은 브리즈번 시내에서 약 100km 떨어져 있다.
AFC 규정 때문에 원래 홈인 선코프 경기장을 G조 조별리그 내내 사용할 수 없다. 지난달 베이징 궈안(중국) 전을 앞두고 선코프 경기장에서 가수들의 공연이 잡혔다.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브리즈번 구단은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골드코스트의 로비나 경기장에서 베이징 전을 치렀다. AFC는 '조별리그 모든 홈 경기는 같은 장소에서 치러야 한다'는 규정을 정해놨다.
그러나 수원 선수단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훈련에 몰두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주전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은 이날 전술 훈련에서 지난 인천 전과는 180도 다른 선발 명단을 테스트했다. 서정원 감독은 "인천 전과 비교하면 5~7명의 선수가 바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팀은 A팀이나 B팀이 따로 없다.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 모두가 A팀"이라고 강조했다.
2년 전 서정원 감독은 ACL과 리그를 병행하며 쓰린 실패를 맛봤다. 당시 수원은 ACL 조별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다. 3년차인 서정원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2년 전과 비교해 더 얇아진 스쿼드로 K리그와 ACL을 함께 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았다.
수원은 G조에서 베이징 궈안(2승)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수원은 브리즈번과 함께 1승 1패를 기록 중이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2위를 지켰다. 브리즈번 원정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