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홍준표, 무상급식 놓고 ‘정면충돌’…유·불리 셈법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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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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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무상급식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경남발(發) 무상급식 중단의 진원지인 홍 지사와 보편적 복지 어젠다를 쥔 문 대표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며 팽팽한 기싸움을 연출한 것이다.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제공]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무상급식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경남발(發) 무상급식 중단의 진원지인 홍 지사와 보편적 복지 어젠다를 쥔 문 대표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며 팽팽한 기싸움을 연출한 것이다.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인 이들의 회동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지만 △지역(부산·경남) △이슈(복지 등 경제민주화) △인물(보수후보 대 진보후보) 등 선거의 핵심 변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文 “해법 없으면 일어나겠다”…洪 “대안 없느냐”

이들의 회동은 초반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전개했다. 문 대표는 이날 경남도청에서 홍 지사와 만나 “모든 아이들에게 급식을 주는 것은 의무교육의 하나”라며 “정치 논리 탓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에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 ‘저격수’였던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반박한 뒤 “(나머지) 우리 예산으로 서민 자녀들 공부에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맞섰다. [사진=경남도청 제공]


그러자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 ‘저격수’였던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반박한 뒤 “(나머지) 우리 예산으로 서민 자녀들 공부에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맞섰다.

중반부로 넘어가자 이들의 회동 분위기는 더욱 격해졌다. 문 대표는 무상급식 중단 철회 의사가 없는 홍 지사를 향해 “도의회 뒤에 숨지 마라. 해법이 없다면 저는 일어서서 가겠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홍 지사는 “여기에 오실 거면 (예산 등) 대안을 갖고 왔어야 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문 대표는 회동을 마칠 때쯤 “잘못된 길을 가고 계신다.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홍 지사는 “나중에 판단할 일이다. 저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문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며 “도지사 한 사람의 생각 때문에 급식 문제가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1년 8월 친환경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 정족수(33.3%) 미달로 ‘정치적 유배’를 떠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빗대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은 25.6%였다.

◆‘예측된 결과’, 文의 노림수는

예측된 결과다. 가시적인 성과물 없는 회동의 결과도, 이념적 간극도, 한편의 정치적 퍼포먼스로 전락한 이들의 회동 모습도 예견된 결과였다.
 

특히 노무현 정부(문재인) 대 이명박(홍준표) 정부의 대리전 성격을 지닌 이들의 만남은 선거의 3대 변수인 ‘지역·이슈·인물’ 구도에서 겹치거나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무상급식 담판’ 회동 안에는 적잖은 정치적 함의가 담겨있다는 얘기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눈여겨볼 대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무상급식 회동을 연 이유다. 을미년 새해 벽두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문, 지방세 인상 논란이 연달아 터지면서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이 극에 달한 현시점에 여야의 차기 대권잠룡이 가장 뜨거운 감자인 ‘복지’ 논쟁을 벌였다.

특히 노무현 정부(문재인) 대 이명박(홍준표) 정부의 대리전 성격을 지닌 이들의 만남은 선거의 3대 변수인 ‘지역·이슈·인물’ 구도에서 겹치거나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무상급식 담판’ 회동 안에는 적잖은 정치적 함의가 담겨있다는 얘기다.

최근 ‘포용적 성장론’으로 중도 행보에 나선 문 대표는 이번 회동을 통해 2013년 체제 논쟁의 핵심인 복지 이슈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중도층 공략을 위해 ‘소득주도성장론’ 등 문재인식 성장 담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진보적 이슈 없이는 ‘집토끼(지지층) 결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와중에 자신의 지역적 지지기반인 경남발 무상급식 중단 파장이 일자 문 대표가 이를 ‘이슈파이팅’에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그 카운터파트너(대화상대)는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 저격수’였던 홍 지사다.

2007년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 지사는 노무현 정부가 경기 군포 부곡지구에 반값 아파트를 내놓자 “거짓 반값아파트”라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토지임대부 주택법)을 발의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문 대표가 복지 정책을 놓고 홍 지사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술 자체가 ‘비욘드(Beyond) 노무현’의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2016년 의회권력 탈환을 목전에 둔 문 대표의 최대 승부처가 ‘낙동강벨트’(부산 사상·북강서·사하·경남 김해 등)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이슈를 지방으로 끌어낸 홍 지사에 맞서는 전략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홍’ 무상급식 회동의 의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이번 회동의 승자로 문 대표 손을 들어준다면, 향후 차기 대선 지지율이 한층 높아지면서 4월 재·보궐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홍 지사의 경우 전국적인 주목도를 높이는, 이른바 ‘인지도의 추가적 견지’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도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정치적 생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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