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쿠르드 정부군 페슈메르가와의 전투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페슈메르가는 IS가 자살 폭탄 공격에서 화학무기의 일종인 염소가스를 사용, 병사들이 이에 노출됐다고 16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앞서 페슈메르가는 14일에도 IS가 염소가스통을 폭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해당 전투 지역의 토양과 의류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무기화된 형태로 사용됐음을 시사하는 높은 수준의 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쿠르드 자치정부군 관계자는 “페슈메르가 대원 10여 명이 구역질과 구토, 어지럼증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페슈메르가는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조사해야 할 국제단체가 IS의 화학 공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파장을 우려해 외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 정부도 IS가 쿠르드군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스티븐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자체적으로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쿠르드족의 말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확실히 이번 사건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런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IS의 잔악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며 "전장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IS의 절박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 페슈메르가가 IS의 추가 염소가스 공격을 주장한 16일은 할라브자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진 지 27년이 되는 날이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날 할라브자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희생된 동족을 추도하는 27주기 행사를 열었다.
1988년 페슈메르가는 현재 쿠르드 자치지역인 술라이마니야 주(州) 할라브자에서 이라크군으로부터 화학탄 공격을 받았다. 할라브자 주민 5000여 명이 몰살됐고 7000여 명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국제인권단체에서는 사망자 가운데 75%가 여성과 어린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인명 피해 규모가 워낙 방대해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이 학살사건에 연관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란-이라크전 막판이던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곳의 반(反)정부 쿠르드족이 이란과 손잡고 독립을 도모한다는 이유를 들며 1987년부터 쿠르드족 대학살인 ‘안팔 작전’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군은 1988년 3월 후세인 정권에 반대하는 쿠르드족 게릴라의 근거지였던 할라브자에 신경가스의 일종인 사린, VX 등을 대량 살포했다. 할라브자에 대한 무자비한 화학무기 공격을 주도한 장본인은 후세인의 사촌 알리 하산 알마지드(2010년 사형)로, 이 공격 이후 '케미컬 알리'라는 악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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