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혁신 외치던 LG전자, 주총만큼은 '옛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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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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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분이면 충분했다. 진행을 조금만 더 빨리했으면 15분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19일 열린 LG전자의 정기주주총회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해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승인된 후 마무리되는 8시53분까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주총장 단상에는 LG전자의 주요 경영진들도 보이지 않았다. 불참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의장을 맡은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만 홀로 의사봉을 들고 단상에 서 있었을 뿐이다. 참석한 주주들도 이런 모습이 익숙한 듯 경영보고 이후에도 누구도 선뜻나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주요 안건마저 의장이 상정하자마자 동의와 재청을 반복하며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주주들은 왜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와 주총장에까지 굳이 찾아왔을지 이유가 궁금한 순간이다. 주주라면 투자한 회사에 많은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그 회사에 대한 경영 정보를 경영진으로부터 직접 듣고 회사 분위기도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주총에 참석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나보다.

사실 LG전자의 주총을 앞두고 기대를 많이해서 실망이 더 큰 것일지 모른다.

지난 주 삼성전자의 주총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주주와의 소통 강화에 나선 삼성전자는 주총 당일 일일이 주총장을 방문한 주주들을 맞이하고 담소를 나눴다. 또한 주총장 단상 역시 각 사업부문 대표들이 주주들과 마주볼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했다. 주주들 역시 화답하듯 날 선 질문도 여러개 준비해오는 등 경영진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2시간여에 걸친 주총 시간도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이른바 업계 라이벌인 LG전자도 삼성전자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예년과 똑같은 주총이었다. LG전자로서는 모든 안건도 통과되며 원만하게 끝난 것으로 다행이겠지만 너무도 뻔했던 모습이다.

최근 구본무 LG 회장을 비롯해 구본준 LG전자 회장은 계열사 경영진과 임직원에게 창의적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 혁신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아마도 이 분들이 이야기하는 혁신이라는 것이 제품이나 사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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