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이완구발(發) 사정정국이 속도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정국주도권 다툼의 ‘1차 승부처’인 4·29 재·보궐선거 판세도 출렁일 전망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앞세운 박근혜 정부의 행보가 결과론적으로 대중에 대한 ‘강한 소구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여력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이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을 몰고 올다면, ‘재보선=여권 무덤’ 공식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야권은 박근혜 정권의 경제 실책을 거론하며 파상공세로 맞섰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청년 실업과 관련해 “경제정책 실패가 낳은 참담한 결과”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4·29 재보선을 앞두고 범야권이 새정치연합·정의당·국민모임 신당창당주비위·노동당·옛통합진보당 등으로 분열하면서 야권의 압승은 힘들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朴대통령 지지율 조정 국면…재보선 판세 주목
핵심 변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중동 4개국 순방과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이후 상승세로 전환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3월 셋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지난주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2월 첫째 주 29%에서 3월 둘째 주 39%로 치솟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국면이 한풀 꺾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은 같은 기간 2%포인트 하락한 54%였다. 부정평가와 긍정평가의 격차는 18%포인트였다. 10%(어느 쪽도 아님 4%, 모름·응답거절 6%)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역별 지지율은 △서울 35%(부정평가 55%) △인천·경기 35%(부정평가 53%) △광주·전라 18%(부정평가 75%) 등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정책 미흡(17%)’이 1위로 꼽혔다는 점이다. 이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한국갤럽 조사)이다. 이어 △소통 미흡(16%) △복지·서민 정책 미흡(10%) △공약 실천 미흡·입장 바뀜(10%) △인사 문제(8%) △세제개편안·증세(7%)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7%) 등의 순이었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열심히 한다·노력한다’가 22%로 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외교·국제 관계(21%) △주관, 소신 있음·여론에 끌려가지 않음(12%) △부정부패 척결(6%) △복지 정책(5%) 순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에선 새누리당 40%, 새정치연합 27%, 정의당 3% 등의 순이었고, 무당파는 30%였다.
◆與, 공무원연금 드라이브 vs 野 경제실책 총공세
여야는 이날 공무원연금과 경제정책 등을 놓고 전면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국민적 호응도가 높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새정치연합은 청년실업을 고리로 대대적인 대여공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야당이 국무회의를 거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제시하라고 한 데 대해 “야당이 판을 깨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런 식으로 할 것 같으면 당초부터 대타협기구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이는) 청와대 3자 회동 이후 판을 깨고 자꾸 지연시키려는 꼼수”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계속 이런 꼼수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저지하려 한다면 4·29 재보선에서 국민이 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19일) 성남에서 가진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종북 척결’ 등 보수층 이슈를 들고 나온 새누리당이 국민들에 대한 소구력 높은 공적연금 개혁안을 앞세워 지지세력을 중도층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국무총리실이 같은 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 회의’를 열자 정치권 안팎에선 ‘탈이념’ 이슈 주도권이 정부여당으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자 야당은 같은 날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십자포화를 날리면서 반격에 나섰다. ‘국민 지갑’ 프레임을 쥔 야권이 ‘정권심판’을 넘어 ‘경제정책 심판론’을 꺼내든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정책과 청년고용 대책의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새로운 정책 방안을 원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반박했는데 국민 생활과 연관된 경제지표는 반대다. 가계부채 1100조,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60%, 체감실업률 12.5%가 대한민국 현주소”라고 가세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론하며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활성화 위주 정책으로 서민경제는 파탄 지경”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여야가 재보선 프레임 싸움을 시작함에 따라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승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7일부터 19일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임의걸기)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7%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