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최근 들어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폭발,화재, 가스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9시 58분께 여수시 중흥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IC케미칼에서 폭발과 화재가 차례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서모(27)씨 등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공장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탱크 내부의 온도·압력이 갑자기 높아져 폭발이 발생했고,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월 LG화학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지 2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또 터진 것이다. 지난 2013년 3월에는 대림산업 폴리에틸렌 원료 저장 탱크 폭발 사고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최악의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사고는 여수시와 여수산단 기업들의 공장장, 관련 기관장들이 '사고 없는 여수산단 건설'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결의대회를 한지 불과 20여일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기업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결여됐음을 반증했다.
22일 여수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여수국가산단 화학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49건에 달한다. 이는 건설현장 등은 제외한 순수 화학공장에서의 사고를 집계한 결과다.
연도별로는 올해 LG화학 유독가스 누출로 4명이 부상당한 것을 비롯해, 2014년 10건(사망1, 부상 12명), 2013년 8건(사망 9명, 부상 16명), 2012년 12건, 2011년 8건(사망 2명, 부상 11명), 2010년 9건(사망 3명,부상 5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사고보다는 축소된 집계이긴 하지만 한해 평균 10건에 달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폭발사고 뿐만 아니라 유독가스 누출사고 등 산단의 잇따른 사고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더욱이 1962년 조성된 여수산단에는 염소·포스겐 등 독성가스 외에 황산·암모니아·염산 등 유해화학물질, 휘발유·경유·톨루엔·벤젠 등 위험물 등의 위험물질을 모두 취급하고 있어 작은 사고라도 터지면 자칫 대형 참사로 연결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단 인근에 사는 주민 최모(57)씨는 "잊을 만 하면 사고가 터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언제 유독가스가 누출될지 폭발사고가 발생할지 불안에 떨지 않도록 특단을 조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노·사·민·관이 공동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순 화학물질 감시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역주민은 주변에 어떠한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공개가 되는 행정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화학 물질의 안전관리를 위한 노·사·민·관이 참여하는 지역 관리 체계인 지역 사회 알권리법과 조례를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당국은 사고 때마다 작업자 실수로 사고 원인을 봉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시스템적 원인조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몇 번의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어쩌면 천운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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