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석유화학 제조업, '핵심역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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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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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석유화학 업계의 끝 모를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해법으로는 신제품 개발이 절실한데도 국내 제조업은 여전히 규모의 경제에 집착하는 경향이 보인다. 설비 증설 또는 효율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당장엔 수익성을 보전할 방편일 수 있지만, 결국엔 중국의 물량공세에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생긴다.

4~5년 전에 다수의 신제품을 개발한다던 A기업에게 현재 해당 제품들의 상용화 가능성을 물어봤더니 아직 상용화 시기를 점칠 수준이 못된다고 했다. R&D(연구개발) 노력이 소홀했던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혹은 돈이 되는 신제품 개발에만 집중하다가 혁신이 뒤처졌을 수 있다.

돈이 되는 신제품은 혁신제품에 비해 상용화가 쉽다는 점을 내포한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함정이 될 수 있다. 상용화가 쉬워 선행 개발했지만 그만큼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후발기업과 경쟁에 직면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A기업이 최근 주력하는 신제품도 기존 제품에 비해선 고부가이지만 기술 난이도가 업계 최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업황 침체에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는 독일과 미국의 선진 화학기업들은 차별화되고 독점적인 제품을 한두가지씩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한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전문기업은 고부가 혁신 제품 하나로 높은 이익을 창출하는데, 이 회사의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률이 무려 50%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이 회사의 제품을 대체할 경쟁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독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경영학계에서 제시하는 ‘핵심역량’ 경영이론과 상통하는 개념이다. 국내 석유화학 등 제조기업들은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러한 핵심역량을 개발하는 데 보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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