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창립 48주년을 맞은 대우그룹 임직원들이 23일 한 자리에 모이는 가운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년여 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그룹은 그룹의 모체인 대우실업(현 대우인터내셔널)이 설립된 1967년 3월 22일을 창립기념일로 정하고 그룹 해체 이후에도 매년 이날을 전후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옛 대우맨들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와 대우인회는 2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대우그룹 창립 48주년 기념식을 공동 개최한다. 대우그룹 출신 멤버들의 모임은 임원들의 모임인 대우인회와 대리 직급 이상이 가입할 수 있는 연구회 등 크게 두 개로 나뉘는 데, 2011년 사단법인으로 전환된 연구회가 사실상 대표 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통상 김 전 회장은 행사 전 참석 여부를 미리 밝히지 않고 있으나 올해 행사에는 모습을 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우측 인사는 “현재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 머물며 한국에서 행사가 있을 경우 수시로 방문해 참석하곤 하셨다. 공식적으로 지시가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참석하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회장이 참석한다면 1년 만에 창립기념일에 동지들과 재회를 하는 셈이다. 대우맨들은 1999년 그룹이 기업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판정을 받아 해체된 지 10년 동안 해외를 떠돌며 지낸 오너 없이 창립기념일을 보내다가 2009년 3월 20일 처음으로 김 전 회장과 해후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매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왔다.
특히 2010년 창립 43주년 기념식에서는 “앞으로 창립 50주년까지 남은 7년간 노력해 20년간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우리가 진짜로 할 수 있는 서너 개를 골라 집중하자. 몇 개에 집중해 50주년 때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그때 행사에는 대우인 뿐 아니라 가족들도 같이 초청하자”며 “세계경영을 선도한 대우가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해 7년간 준비하고 20년간 이끈다면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제안 이후 세계경영연구회는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김 전 회장도 직접 젊은이들의 멘토를 자청하고 나섰다. 또한 이후 매년 창립기념일마다 귀국해 대우맨들과의 결속을 다져나갔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지난해 47주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 올랐던 추징금 미납 논란 때문에 대외활동을 자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그해 8월 김 전 회장은 제2의 자서전 격인 대화집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들고 나와 대우그룹이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 정책을 담당했던 관료들에 의한 ‘기획해체’ 라고 주장하며,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책자 발간 후 김 전 회장을 비롯한 대우맨들은 조직적으로 그룹 해체과정에서 본말이 전도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15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대우그룹 문제를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만큼 대우그룹 패망은 필연적인 역사의 과정이었으며, 김 전 회장이 정권을 등에 업고 개인적인 명예회복 욕심에 사로잡혔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참석한다면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더군다나 최근 사정당국은 부패척결을 내세워 기업들에 대한 무차별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과거와 같은 무게감이 실리진 않겠지만, 생존해 있는 몇 안되는 창업 1세대로서 성공과 실패라는 엄청난 경험을 한 김 전 회장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재계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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