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기술지주, 차세대 성공 비즈니스 모델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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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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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개 대학·기관 공동출자 설립, 단기간 괄목할 성장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한국경제가 재벌로 상징되는 대기업에 성장을 의존하는 모델은 한계가 왔다고 보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다행히도 한동안 냉각기를 거친 벤처 붐이 최근 재차 싹을 틔우기 시작하면서 작은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술은 인류를 편리하게 하는 도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기술이든 고객의 입장에서 혜택으로 다가가지 못한다면 자칫 무용지물이 되고 말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Mass Market(대량판매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시장을 보지 못함으로써 공들여 쌓은 기술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영원히 묻혀버리고 마는 경우를 허다하게 볼 수 있다.

최근 ‘기술지주회사’가 차세대 새로운 사업 성장 비즈니스 모델로 차근히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기술지주회사는 국내에서는 아직 성숙되지 않은 초창기 사업모델이다.

한마디로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을 사업화시켜 기술혁신형 벤처기업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활성화를 이룬다는 게 주된 설립 목적이다.

◇전국 최초 대학연합 기술지주사, 9개 자회사 운영 중 

지난 2011년 6월 첫발을 내디딘 ‘전북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이하 전북기술지주사)’는 전북도내 대학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연구능력을 창업으로 연결시킴을 추구하는 그룹형 주식회사다

전북지역 5개 대학(전북대, 전주대, 군산대, 원광대, 우석대)과 전북도, (재)전북테크노파크 등 7개 기관이 합작으로 기술과 자금을 공동 출자해 만들었다.
 

지난 2011년 6월 개원한 전북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회사 


전국 35개 기술지주사 가운데 여러 대학이 연합해 설립한 것은 전북이 최초다. 현재는 강원도와 전북 두 군데 뿐으로 부산, 대구·경북 등 타 지역에서도 이를 모델로 해 대학연합 형태의 기술지주사 설립이 보편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로 설립 4년째를 맞이하는 전북기술지주사는 단기간에 괄목할 성장을 이루며 척박한 전북기업 생태계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지역사회의 대표적 산·학·연 모델로 벌써부터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설립 초기인 2011~2012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기반구축사업 최우수등급을 달성한데 이어 2013년과 2014년 연속 전국 1위 회사로 선정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둠으로써 전국 산·학·연기술지주사들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전북기술지주사는 오는 2020년까지 자동차 부품과 기계, 생물,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50개의 기술혁신벤처기업을 설립한다는 당찬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총 매출 규모도 당초 1000억에서 2000억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북기술지주회사는 현재 9개의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자회사란 대학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연합기술지주회사가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되 수익을 배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북기술지주사 자회사 1호는 ‘(주)나노포라’다. 나노섬유 대량생산기술을 활용해 전국 최초로 대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된 회사다.

자동차 조향부품 제조업체인 ‘KVAPL’은 전북기술지주회사가 설립한 국내 최초 해외합작법인 자회사로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소재하고 있다.

항암치료제, 알츠하이머 진단제 기술개발업체인 ‘(주)카이바이오텍’은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60억)를 성사한 자회사다.

지난 2월 설립 기념식을 가진 (주)행복홈우드는 전북기술지주사가 지난 2012년부터 전북대산·학 협력단이 보유한 ‘난연목재 생산기술’ 상용화를 위해 투자기업을 발굴해왔다. 난연목재 생산기술은 친환경인증, 방염목재 KC마크 획득, NET(신기술)인증 등 기술성이 높고 향후 화재 및 안전관련 시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로는 버섯균사체 배양쌀을 이용한 건강기능성식품 및 응용제품을 생산 중인 (주)HTTN, 마늘 파종기 및 농기계를 생산하는 (주)케이에스에프, 지반고화재 등 시멘트 대체제 생산의 (주)지안산업, 헬스케어솔루션업체인 (주)제윤메디컬, 신재생에너지 설계 및 시공업체인 (주)금강ENG 등이 있다.

이들 자화사 가운데 나노포라·카이바이오텍·행복홈우드가 장래 IPO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인터뷰>북극에서 냉장고 팔 수 있는 마인드 필요
전북기술지주사 이재성 대표, 철저한 실무형 CEO

지난해 5월 전북기술지주사 제2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재성 대표(59)는 철저하게 현장이 몸에 배어 있는 실무형 CEO다.

대학 졸업 후 주한미대사관 평화봉사단에 4년여 가량 근무한 것을 빼고는 상당 기간을 정글같은 기업 마케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 베테랑이다. 그래서 경제 생태계와 기업의 생리에 대한 혜안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현장이 몸에 익은 실무자답게 “매출 없이 기술만 지향하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라고 일갈했다. 마케팅 경험 없이 연구(기술) 마인드만 있다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항상 시장 선점이 중요하고, 시장성(매출)이 전제된 기술이라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벤처기업의 맹점은 기술 사업화를 통해 이를 어떻게 매출로 연결시키느냐가 중요함에도 지나치게 하이테크놀리지만 주장하고 그에 안주하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똑똑한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고 고객의 마인드를 뺏을 수 있는 기술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북극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는 마인드와, 시장에 따라 각기 다른 세일즈 포인트가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마케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북기술지주 이재성 대표


시대의 변화는 R&D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 시장 상황은 급속한 기술 변화로 인해 제품은 점점 고도화되는 반면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은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의 R&D 투자비용이 점점 증가하게 되고 장기간 투자해 온 R&D가 쓸모없어 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됐다.

이 대표는 전북기술지주사의 첫 번째 임무로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이 보유한 묻혀 있는 R&D 기술을 사업화로 연결시켜 이익을 창출하고 대학 재정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R&D 초기단계인 과제선정부터 사업성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R&BD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구소에 묻혀 있는 신기술을 상용화시켜 사업과 연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유망기술을 벤처기업화 해서 지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전북기술지주사의 두 번째 목표라고 했다.

그는 “그간 각 자치단체마다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앞 다퉈 공장유치에 뛰어들었지만 이들 기업이 실제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라고 했다.

도내 대학 및 연구기관 등이 보유한 유망 기술을 발굴해 경영, 마케팅, 자금 등의 지원을 통해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성 대표이사는 서울 동성고와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주한미대사관 평화봉사단과 대우그룹 대우전자 해외영업부장, 광전자㈜ CMO, 타키오닉스㈜ CEO를 거쳤다.

지난 2007년부터 4년 간 전북중소기업 종합지원센터(현 전북경제통상진흥원) 본부장에 이어 2011년부터 이곳에 부임하기 전까지 군산시 서울사무소 소장을 역임했다.

주한미대사관 평화봉사단에서 한국어 강사로 있을 당시 한국 최초 여성 주한미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여사와의 인연이 계기가 돼 지난 2010년 2월 스티븐스 대사를 전북에 초청하는 데 막후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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