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이렇듯 성년의 날은 3가지의 선물을 받는 축복받는 데이지만 이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는 성인이 됐음을 알리는 때이기도 하다.
이병헌(36)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스물’(제작 영화나무·공동제작 아이에이치큐)은 이 나이대의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요즘 대세인 배우들이 다 모였다. 여자를 다룰 줄 아는 ‘치호’에 김우빈, 꿈을 향해 돌진하는 생활력 강한 재수생 ‘동우’로는 2PM 이준호를, 대기업에 취업해 무난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목표아래 공부만 잘하는 ‘경재’ 강하늘까지 핫하디 핫한 연기자들만 모아놨다. 치호, 동우, 경재는 보편적인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스무살이다. 대부분 남성들이 왕성한 혈기와 남성미를 뽐내는 시기이고, 여자친구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시기이지만 아닌 남성들도 있기 때문이다.
“시사회 후 친한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병헌 셋이 떠들고 있는 것 같다고요(웃음). 그것도 하나도 둘도 아닌 세 번씩이나요. 사실 제 평소 말투가 캐릭터에 스며들기는 했어요. 친구들과 놀 때 쓰는 말투 같은 건데, 사실 친구들 성격이나 느낌도 어느 정도 갖다 쓰긴 했죠.”
캐릭터에도 저작권이 있다면 친구들의 성격을 도용한 셈이니 감사의 인사는 전했느냐고 묻자 “굳이 감사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바빠서 아직 자세히 얘기도 못했지만, 그 친구들이 오히려 저한테 감사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어 웃음을 유발했다.
“스무살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보면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친구들의 엉덩이를 토닥일 수 있는 그런 영화 말이죠.”
“스무살이란 시작이지만 밖으로 나가는 지점과 같죠. 치호의 여자친구 소민(정소민)의 오빠(양현민)가 운영하는 소소반점은 그들만의 아지트, 스무살 친구들에게는 상징적인 공간이죠. 인생의 갈림길에서 서서, 나가자고 외치지만 한발짝도 앞서지 못하는 그런 현실. 좀 더 머물고 싶어하는 곳인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나가야만 하는 의미에요.”
이병헌 감독은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소소반점에 배치했다. 작품 속에서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신이기도 했다. 스포일러성이라 묘사는 어렵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액션이 난무하고 그 안에 이병헌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가 녹아들어 절정을 이룬다. ‘너 없이는 살 수 없다’면서 사랑했던 연인에게나 바칠만한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의 ‘위드아웃 유’(Without you)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세 친구는 현실에 맞선다. 성인들에게는 ‘소소’한 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은 치호, 동우, 경재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물론 소소반점으로 네이밍한 이유는 오빠와 여동생의 이름인 ‘소’와 ‘소’를 딴 것임에 틀림없다.
“어려웠죠. 다들 대세였고, 특히 강하늘은 떠오르는 배우라 바빴어요. 제 생각보다 뜨는 지점이 빨랐죠(웃음). 시나리오를 읽게 하기까지가 어려웠다고 볼 수 있겠죠? 그 중 김우빈은 자기 키만큼이나 시나리오가 쌓여 있을 텐데…. 제작사의 각고의 노력 끝에 시나리오를 읽게 하는데 성공했는데, 읽었으면 어쩌겠어요? 해야죠(웃음).”
김우빈을 치호 역에 1순위로 꼽았던 이유는 그의 인기나 인지도 때문이 아니었다. 드라마 ‘학교 2013’ 이전부터 김우빈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TV 넘어 전해져오는 김우빈의 매력을 느꼈다. 목소리 톤부터, 장난기와 멋짐이 공존했다고. 찌질하면서도 진지함을 품고 있는 치호에 제격이었다. 예상 외의 모습은 강하늘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다.
“김우빈, 이준호에게 거는 예상 지점이 있었다면 강하늘은 그걸 뛰어넘더라고요. 코미디와 진지함을 다해야하는 캐릭터인데 정말 잘해줬죠. 어찌 보면 노력으로 완성한 캐릭터죠. 훨씬 더 잘해줘서 고마웠어요. 안정감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센스도, 노력으로 인물을 만들어가는 배우로서의 자세는 더할 나위가 없었죠.” 이준호에 대한 극찬이 이어졌다.
“이준호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해요. 그 정도의 에너지면 최고가 될 수 있죠. 제가 우스개 소리로 지구에서 제일 바쁘다고 했는데, 해외 공연하고 아침에 인천에 도착한 후 전주로 와 꼬박 24시간 촬영을 했어요. 다음날 해가 뜨고 제가 미안하다며 어서 가서 쉬라고 했더니 이제 녹음하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중요한건 한 순간도 어깨가 쳐진다던가, 하품을 하는 일이 없었어요. 항상 에너지가 넘쳤죠. 정말 대단했어요.”
지난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의 각색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인 이병헌 감독. 영화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린지 7년만에 첫 상업영화에 데뷔한 그는 “항상 꿈꿔왔던 일인데, 앞으로 더 고단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단 설레죠. 뿌듯하기도 하고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으쓱거리면서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흥행이 되면 더 그럴 것 같아요. 어쨌든! 다작을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많거든요. ‘스물’처럼 밝으면서 가벼운 시나리오만 있지도 않아요.”
이병헌 감독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몰래 이 감독의 작업실에 침투해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을지 엿보고 싶어졌다. ‘스물’은 오는 25일 15세이상관람가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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