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첫 현장 방문지로 자동차 시장 최대 격전지인 미국을 선택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현지 법인과 기아자동차의 멕시코 공장을 점검해 품질 경영으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지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효율적인 생산라인 운용을 통해 품질을 확보하고 다양한 마케팅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방침을 세웠다.
◆‘악재 속 기회’, 미국 법인·공장 방문 강행군
정 회장은 첫 일정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현대·기아차 판매법인을 방문해 미국 판매 전략을 보고 받았다.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한 그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미국·일본·유럽업체 협공이 예상돼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며 “신차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고 승용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혁신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했다”며 “과거 경험을 토대로 미국 시장 성장률을 넘어서는 성과를 창출하자”고 독려했다.
미국 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북미 시장 치열한 경쟁 속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하고 반영해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이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올해 가장 중요하면서 난관이 예상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기 회복으로 자동차 수요 급증이 예상돼 글로벌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유로·엔화 약세와 픽업시장 증가, 제품 라인업 부족은 현대·기아차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시장 중요 변곡점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시장 변화를 주도했다. 1998년 미국 판매가 9만대까지 떨어졌을 당시 이듬해 '10년 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미국 판매 돌파구를 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에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마케팅으로 불황을 극복했다.
◆미국 SUV 시장 공략 및 신차 판매로 승부수
현재 미국 시장은 자동차 수요가 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승용차 중심 라인업을 갖춘 현대·기아차는 적기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품질 최우선으로 할 것을 강조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생산한 신형 쏘렌토 양산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하반기 생산 예정인 신형 K5와 신형 아반떼의 철저한 생산 준비 및 품질 확보를 당부할 예정이다.
3교대 체제를 구축한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각각 연간 37만대, 34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올해는 가동률을 높여 각각 39만대, 36만5000대를 생산한다. 또 유연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으로 생산라인을 운용하고 신차 양산품질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품질 개선 방안으로 현지 협력업체와 부품 품질 개선 활동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협력사 기술 제공 및 세미나 개최, 품질 문제 예방활동을 실시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SUV 시장 공략 강화를 통해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는 하반기 소형 SUV 투싼을 출시하고 싼타페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주력 차종인 아반떼·쏘나타는 사양을 추가한 새 패키지를 선보이고 할부 금융 프로그램을 운용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차도 추가 리스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기아차는 지난 1월 쏘렌토 출시 후 미국 전역에 광고를 집행하는 등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수퍼볼 광고에 쏘렌토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3월부터 시작되는 미니밴 성수기에는 카니발 판촉을 강화하고 4분기에 K5 신형 모델을 본격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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