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사정정국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정작 ‘부패방지법’(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등 법적·제도적 보완장치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 제보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부패 방지를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완구발(發) 부패와의 전쟁은 ‘반쪽짜리’ 결과로 귀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反) 부패 총괄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의 ‘낮은 업무 명료성’ 등 근본적인 문제점도 적지 않아 부패방지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인 2008년 2월 관련성 적은 3개(국민고충처리위원회·국가청렴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부처를 통합한 탓에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司正당국만 속도전…신고자보호는 ‘나 몰라라’
“비리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와 정치권의 법적 제도 마련은 ‘볼트’와 ‘너트’ 관계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가 부패방지법에 관해 던진 말이다. 부패 척결이 사회 전반의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선 정부의 사정 의지와 함께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인 셈이다.
부패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문제점은 크게 △부패방지법 등 관련법의 미비 △좁은 공익대상 신고 범위 △실효성 낮은 국민감사청구 제도 △낙후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등 4가지다.
부패방지법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협조자 보호 조항의 미비’가 꼽힌다. 실제로 부패방지법 제65조는 신고한 당사자 보호 조항만 두고 있다. 조력한 자(신고·소송 과정에서의 협조자)를 보호하는 명문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부패 신고자의 신분상 불이익이 예상된 경우 ‘긴급보호조치’를 원하더라도 위원회 결정 절차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된다. 공익 신고자를 위한 사전 예방적 조치가 미흡하다는 의미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신고자의 신분상의 불이익이 예상될 때에는 권익위의 심의 절차 없이 위원장이 해당기관의 불이익 조치를 중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불법비리 행위는 면죄부?
협소한 공익신고 대상의 범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 제2조1호(정의)에 따르면 공익침해 행위는 △국민의 건강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등에 한정돼 있다. 반면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은 범죄행위·법적 준수의무 위반·부정행위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상법’ 등 기업의 불법비리와 관련한 법률은 공익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명계좌와 분식회계 등 기업의 부정부패에 대한 공익신고자의 보호 조치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공익신고자보호법은 180개의 대상법률을 일일이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공익을 침해할 수 있는 대상을 폭넓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감사청구제도 역시 허점투성이다. 올해로 13년째를 맞는 국민감사청구제도는 연령(19세 이상)과 정족수(국민연서 300인) 제한 탓에 시민단체 관계자를 제외한 일반국민의 참여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의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처음 시행된 이 평가제도의 측정은 연 1회, 민원인(외부 청렴도)과 직원(내부 청렴도)을 대상으로 한다. 부패 개연성이 많은 대민업무 자와 민원인이 공공기관의 부패지수를 심사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평가 주체를 전문가와 지역민, 시민사회 관계자 등으로 확대해 업무 전반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며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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