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도로 민주당이냐, 새로운 수권정당이냐.”
26일 출범 1주년을 맞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60년 전통의 ‘제1야당’(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전격 결합하면서 야권의 새로운 판을 짰지만, 불과 1년 만에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와 맞닥뜨리게 됐다.
한국 정치의 상수인 ‘박근혜 대통령’·40%의 묻지마 지지층을 확보한 ‘새누리당’과 상대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범야권 내부경쟁 등의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野 조용한 기념식…첫째도 둘째도 ‘변화’
새정치연합은 이날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당 1주년 기념식을 열고 △대탕평책 등 통합 행보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 등 당 혁신 내용을 설명했다. 천안함 5주기와 맞물린 탓에 조용한 기념식으로 대신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2016년 의회권력과 2017년 권력교체 탈환을 앞두고 수권정당화에 대한 제1야당의 비전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호(號)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범야권의 분열은 물론 친노(친노무현)그룹과 비노(비노무현)그룹의 계파 갈등의 여진이 남아있는 데다 문재인호의 중도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념·노선 투쟁이 언제든지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계파 패권주의와 노선투쟁의 늪에 빠진 새정치연합의 지난 1년은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출범 이후 당대표만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장→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세 번이나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당의 지지율이 반 토막이 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의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범 당시인 지난해 3월 첫째 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31%였다. 당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9%로 8%포인트 우세에 불과했다.
◆김만흠 “文 리더십 불안”…중도 딜레마 ‘어쩌나’
통합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야권이 참패한 7·30 재·보궐선거 직후인 8월 첫째 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1%로 급락했다. 박영선 비대위 사퇴를 둘러싼 파문이 극에 달한 9월 셋째 주에는 20%마저 흔들렸다.
당시는 새정치연합 강경파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고리로 온건파 지도부를 누르던 시기였다.
제1야당의 최대주주인 문재인호가 조기 등판한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노의 역습으로 불린 ‘김한길·안철수’ 체제도, 한때 여권 저격수였던 ‘박영선 체제’도 당 안정화를 꾀하기는커녕 정치적 국면마다 당내 강경파에 휘둘리자 문 대표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출범 50여일을 맞은 문재인호의 평가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그간 강경 노선을 주도한 친노그룹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출범한 문 대표는 당대표 직후 △탕평책을 통한 계파 패권주의 해소 △중도노선 지향 등의 변화를 시도했다.
문 대표가 ‘두툼한 지갑론’ 등 소득성장주도권을 꺼낸 이유도, 안보 경쟁에 나선 까닭도 야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계파 패권주의와 노선·이념 투쟁을 불식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얘기다.
또한 취임 직후 첫 일성으로 고(故)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중도 행보’에 불을 붙였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문 대표 행보에 대해 “역사와 경제에서 우클릭한 문재인호가 당내 중도파 의원들에게 확실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결과 제1야당의 지지율은 상승 국면을 탔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은 2월 둘째 주부터 3월 셋째 주까지 27∼29% 사이를 오갔다. 문재호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문 대표가 ‘중도층 공략’에 매몰될 경우 전통적 지지층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대표 취임 직후 첫 승부수로 이완구 국무총리(당시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던지는 등 ‘아마추어 리더십’을 보여준 상황에서 문 대표가 집토끼를 잃게 된다면, 당 장악력이 일시에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상승했지만, 문 대표의 리더십은 여전히 불안하다”며 “지난해 통합 신당의 효과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4·29 재·보선과 내년 총선 공천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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