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담화문서 ‘주인론’ 거론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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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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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후임 사장인선 지연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사장(사진)이 주주총회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에서 ‘주인론’을 거론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고 사장은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을 통해 “우리 임직원들이 단연 회사의 제 1의 주인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주인이 주인다운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종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대신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 담화문은 지난달 31일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뒤 이날 저녁 늦게 고 사장이 직접 작성해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것으로, 임직원들이 담화문을 접한 것은 하루가 지나 회사에 출근한 뒤였다. 다음날 공개해도 되지만 굳이 전날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작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고 사장이 느끼는 절박감이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담화문에서 최근의 회사가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일찍이 있지 않았던 일’이라는 뜻의 ‘미증유’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할만큼 고 사장과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겪지 못했던 상황과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대외용이 아닌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성격인 만큼 고 사장의 개인적인 견해가 상당 수준 담겨져 있다. 특히 고 사장의 이 발언은 결국 회사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인선, 채권단의 견제 등 각종 루머와 소문이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으나 역으로 생각하면 이들이 회사에 개입하고 간섭하게 된 주 원인은 ‘주인의식이 결여된 회사의 임직원’라는 것이다.

이에 고 사장은 구성원 모두가 은연중에 회사의 존속가능성을 너무 당연시 여기는 ‘막연한 낙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함께 나아가야 할 노동조합은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우리의 소중한 일터인 DSME는 우리들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수익을 실현해야 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같은 존재다. 특히, 임금은 생산성과 물가에 잘 연계되어야 한다는 상식이 무시되고 동종업계와의 단순비교를 통한 적당한 타협만 반복된다면, 우리가 그 소중한 ‘거위의 배’를 갈라 버리는 성급함의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떨쳐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상법상 권한을 모두 행사한다고 하지만 ‘임시’라는 꼬리표가 달린 뒤 대표이사로서 고 사장의 권한이 약화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5월초까지 현재의 불안정한 체제가 이어지면서 후임 인선에 대한 하마평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4월에서 6월 기간은 상반기 수주영업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로 연간 수주활동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 인선과 임단협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풀어나가야 하는 고 사장으로서는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르는 한편, 제3자의 견제가 경영 위축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

고 사장은 현재의 상황은 전시상황에 비유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윈스턴 처칠 경이 영국 국민들에게 호소한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피와 수고, 눈물과 땀뿐”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고 사장 자신의 연임 여부와 상관 없이 함께 하는 남은 기간 자신과 함께 전 직원이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뜻을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사장의 호소에 임직원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따를지 여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가늠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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