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잠룡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대선에 낙마한다면 다름아닌 '개 알레르기'일 수 있다고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NYT에 따르면 워커 주지사는 최근 뉴햄프셔 공화당 여성의장 집에서 부부 동반 만찬 약속을 잡았다가 이 집에 털복숭이 개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급히 장소를 인근 레스토랑으로 바꿔야 했다. 개 비듬 알레르기가 있어서다.
신문은 "워커 주지사가 결과적으로 반려견과 친하지 않은 것은 미국 정치사의 오랜 전통에 반하는 것"이라며 워커를 맹비난했다. 심지어 "미국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대선 후보 지침서가 있다면 '개를 좋아해야 한다'가 앞쪽에 나올 것"이라며 비꼬았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자기 동생 이름을 딴 '마빈'이라는 래브라도를 암으로 잃고 나서 한탄했으며,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하늘에서 내려온 양식이라는 뜻인 '만나'라는 이름의 시추를 기른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 역시 하얀 '눈송이'라는 이름의 잡종견을 키운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사랑하는 예수님, 제발 제발 강아지를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딸들의 기도문이 실릴 정도다.
보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아직 개가 없지만 관저를 떠나면 개를 살 계획이라고 대변인까지 발빠른 홍보에 나섰다.
공화당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푸들 애완견 '탤리'를 끔찍히 귀여워한다.
실제로 미국 역대 대통령들도 애견인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워싱턴에 위치한 언론 박물관인 뉴지엄에는 '퍼스트 도그(미국 대통령과 애완견)'이라는 상설 전시 코너가 있을 정도다.
대통령 애완견 박물관을 세운 클레어 맥클린은 개들이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한다면서 "대통령도 우리처럼 아이들과 개와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워커 주지사도 대권을 위해 개사랑에 동참할 수 있을까. 다행히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워커는 2010년 처음 주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 공화당 운동원이 폭스테리어 개를 건네자 자신의 알레르기 반응을 가까스로 억누른 채 쓰다듬기도 했다. 비록 억지스런 표정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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