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직원들이 짐짝입니까? 모회사의 경영이 어려워 백화점을 매각한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위탁운영자가 확정된 후에도 총무국 직원이 나와서 단 한차례 팀장급 회의만을 했을 뿐입니다. 이게 설립 46년을 넘긴 회사 맞습니까?”
지난달 13일 제이알(JR)투자운용에 일괄 매각된 디큐브백화점 신도림점 직원 A모 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백화점 측이 '알아서 나가라'식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각된 디큐브백화점 신도림점 직원들이 고용과 관련해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화점 매각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직원 고용과 관련한 조항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디큐브백화점은 대성산업(주)의 유통사업부에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백화점을 포함하고 있는 디큐브시티의 대표이사는 CJ그룹 전략기획 총괄 부사장을 지낸 김경원 씨가 맡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의 실질적인 경영은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신한 사장이 행사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번 매각 건도 그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큐브백화점은 그룹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흑자를 유지해왔다. 때문에 직원들은 회사 측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백화점에 남아 있는 직원은 정규직 85명과 계약직 직원 15명 등 100명 정도다. 이 가운데 평직원은 40명이다. 입사 2개월밖에 안된 직원도 있다. 이들은 오는 5월 14일 백화점 영업이 종료되고 다음 급여일인 5월 25일이 지나면 직장에서 내몰리게 된다.
한 직원은 "대성산업 측에 적어도 평직원 40명의 고용은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돌아온 답변은 아주 극소수만이 대성산업에 남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 B모 씨는 그동안 직원들과 많은 소통을 해 왔던 김경원 대표이사에게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직원들의 잇따른 면담 요청에 김 대표는 마지못해 “친분이 있는 현대백화점 그룹 정지선 회장을 만나 가능한 많은 직원을 고용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라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양 백화점 실무자 회의 이후 '현대백화점이 단 15명 정도만 받아들이겠다'는 소문이 돌면서 직원들 사이에 이른바 살생부를 놓고 위화감마저 돌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너 경영자인 김신한 사장은 얼굴 한 번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이알(JR)투자운용로부터 20년간 디큐브백화점 운영권을 따내 5월 이후 현대백화점 신도림점(가칭)으로 영업을 하게 된 현대백화점 측도 고용에 대해선 난감한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노동관계법상 현 디큐브 직원들의 고용관계는 대성산업에 귀속되어 있다"며 "대성산업이 그룹 차원의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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