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대외개방도가 높아진다. 중국 진출을 노리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중국의 내수 시장 불안감과 경기 하방 위험도가 높지만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외환보유액이 전례 없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6월 4조 달러에서 12월 3조8000억 달러로 감소해 지난 2008년과 2012년 대외 위기 시 보합 수준을 유지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9월부터는 4개월 연속 감소(1258억 달러↓)하고 있다. 이는 2001년 WTO 가입 이후 연평균 증가율이 27.3%에 달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적정외환보유고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중국 정부가 보유액 증가를 억제하면서 상당 규모 여유 외환보유액을 AIIB 설립 등 대내외 투자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무원발전연구중심(2012년) 기준으로 재추산해 보면 약 1조6000억 달러로 여유 외환보유액이 최대 2조2000억 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외환관리국도 정부 보유외환 감소와 시장화는 ‘뉴노멀’이라는 핵심 정책 방향에 부합됨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내부적으로 AIIB 설립이 과잉 외환보유고와 함께 구조적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과잉 생산 문제를 동시에 해소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도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AIIB 초기 설립자본금의 경우 재정부가 특별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재원으로 외환보유액을 매입해 출자하는 형식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금융개혁 추진 과정에서 커질 수 있는 시장불안 및 경기하방 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대외개방은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최근 중국경기 둔화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금융 불안이 가세할 경우 거시경제 전반의 하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경우 글로벌 금융재원이 한정된 만큼 우리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의 13차 5개년계획(2016~2020년)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아시아인프라투자의 장기 플랜을 구체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기회 선점을 위해서는 향후 1~3년간 노력이 매우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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