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핵개발 중단’과 ‘제재 해제’의 큰 틀엔 합의했으나 양측 모두 협상에서 자신이 양보한 내용에 대해선 최대한 축소하고 모호한 해석을 내세우며 얻어낸 부분은 최대한 의미를 두고있다.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팩트시트와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란 페르시아어를 번역한 이란 외무부의 발표문을 보면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협상의 최대 관심사였던 대(對) 이란 경제·금융 제재 해제에 대해 미 국무부는 2일 낸 팩트시트에서 "이란의 합의 이행이 검증되면 제재가 풀리게(relief) 된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한 뒤 '유예될 것'(suspend)"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는 복원된다"는 점을 특히 부각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2일 핵협상 잠정 타결 뒤 공동기자회견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모든 제재가 종결(TERMINATE)될 것"이라고 대문자로 표기하면서까지 강조했다. 합의 불이행시 제재 복원 내용은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2일 공동회견에 나선 페데리카 모리게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란 제재에 대해 IAEA 검증을 전제로 "EU는 핵활동과 관련한 대이란 제재를 끝낼(terminate) 것"이라고 발표했다.
제재 해제 시점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미국의 이란 제재는 협상 중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며 "유엔의 모든 제재도 이란의 의무이행이 완료되면 미국의 제재 유예와 동시에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은 최종 합의가 끝나면 바로 해제가 모두 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일 연설에서 "최종 합의가 되면 이튿날 모두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제재 해제는 미국과 이란 모두 핵협상에 부정적인 자국 보수파 의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되도록 유리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와 관련한 각기 다른 해석은 벌써부터 양측의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핵협상 실무를 맡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4일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해 "미 국무부가 오역한 팩트시트는 신뢰할 수 없다"며 "합의안은 JCPOA 이행 첫 단계에서 모든 제재가 무효화된다고 명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이런 사실과 다른 생각을 갖는다면 6월30일까지 진행될 협상에서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락치 차관의 이같은 주장은 IAEA의 검증이 완료된 뒤에야 제재가 풀린다는 미국의 해석과는 차이를 보인다. 제재 해제의 조건이 되는 이란의 '의무 이행'에 대해 미국은 IAEA의 검증 통과로, 이란은 이행 시작 자체로 각각 해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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