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립공주정신병원 “철창 있는 정신병원은 옛말, 최고의 치료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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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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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지연기자. 환자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전시해 놓은 모습 ]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개나리, 봄소풍, 버들강아지, 김밥. 가족과 함께라면 참 행복하겠네~"

지난달 찾은 국립공주병원에서는 20여 명의 환자와 간호사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면 간호사들은 마라카스(악기)를 흔들며 리듬을 맞추고, 환자들은 합창을 이어 간다. 국립공주병원이 진행하고 있는 음악치료의 한 장면이다. 

충청남도 공주시에 위치한 국립공주병원은 정신질환 전문병원이다. 하지만 흔히 정신병원하면 생각나는 쇠창살은 거의 없었다.

이 곳은 중부권(대전·충청권) 정신건강 거점 국립의료기관이다. 하루 평균 200명의 입원환자와 40명의 외래환자가 찾는다. 정신분열병과 양극성장애, 알코올중독, 우울증 등의 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병원은 어두운 면보다 밝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가득했다. 창문은 쇠창살이 없어 햇빛이 그대로 투영, 분위기가 밝았다. 병원 곳곳에는 환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이 장식되어 있었다. 실내에는 환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어울림카페와 매점, 비누공방 등도 있었다. 병원 외부에는 '치유의 숲'과 '농원' 등이 마련되어 있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영문 병원장의 '자유가 최고의 치료'라는 철학이 반영된 덕분이다.

이 원장은 "환자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바깥 세상과 동이한 환경을 많이 접하고, 억압받지 않는 분위기에서 치료 받는 것이 정신 질환 치료의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병원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데이케어 센터다. 2개월 가량 안정 및 재활치료를 마친 환자들이 퇴원 전에 사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장소다. 환자 간의 심리극, 합창, 동물보조 치유활동 등을 통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유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다른 병원과 달리 1인실 등 VIP 병실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 원장은 "환자를 치료할 때 차별을 두지 않는다"며 "먹는 약물과 치료방법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급여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을 쓰면 수익이 나빠진다. 하지만 이 원장은 "국립병원은 수익보다는 공공성이 우선이다"며 "정신병원은 상처받은 이들의 인권을 치료해야하기 때문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국립공주병원처럼 정신질환자들이 자유롭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은 많지 않다. 투자 대비 수익이 적기 때문에 대형병원들은 정신과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실정이다.

반면 급격한 사회변화, 경쟁과열, 과중한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정신질환 환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가장 흔한 정신질환인 우울증의 경우, 지난 2008년 진료 인원이 47만명에서 지난해는 58만명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업에 대한 압박 등으로 인한 자살, 중독, 우울증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사회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신 건강 법률을 전면 개정해 환자 범위를 축소하고, 차별받는 사람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정신병도 감기나 고혈압처럼 약물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며 "사회가 정신병에 대해 낙인을 찍지 말고 이들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질환자와 일반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와 사회복지시설의 역할이 중요한 데 이들의 숫자가 국가 규모로 봤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람이 재산인 한국의 경우에는 정신건강을 위한 복지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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