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綠地)그룹이 지난 2일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설립 허가 여부를 결정할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다른 중국계 외국의료기관인 ’산얼병원’의 설립 신청을 불허한바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5일 의료계와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녹지그룹이 지난 2월 2일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사전심사를 제주도에 청구한 데 이어 사전심사에 따른 도의 보완요구사항을 반영한 사업계획서를 지난달 31일 제출했다. 제주도는 이를 이달 2일 최종 승인 기관인 복지부에 발송했다.
녹지그룹은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로 제주헬스케어타운과 제주드림타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자는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그린랜드헬스케어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토지매입·건설비 668억원, 운영비 110억원)을 들여 2017년 3월 개원을 목표로 건립된다.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을 갖출 계획이다. 근무인력은 의사 9명과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134명이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 내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 기준을 외국 자본 비율 50%, 투자금 500만 달러 이상, 외국인 의사비율 10% 이상으로 두고 있다. 내국인 환자의 진료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어 건강보험 적용을 포기한 내국인 환자도 진료할 수 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병원비가 폭등하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되는 등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값비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 신청이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전국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설립에 도화선 역할을 하고, 한국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립 신청을 받은 복지부는 현행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 행위, 사업자의 범법 행위, 응급의료체계 구축 등을 검토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2013년 2월 복지부에 제주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던 중국계 산얼병원은 작년 9월 최종적으로 불승인 결정이 나왔다.
승인 불허는 투자 실행 가능성과 구속 상태에 있던 대주주의 자격 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불법 줄기세포 시술 우려와 응급의료체계 구축 미비도 걸림돌이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얼병원 논란도 있었던 만큼 이번 승인은 절차에 맞춰서 검토하고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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