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한국 조선업체들의 1분기 수주량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3년만에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글로벌 상선시장 회복세 둔화로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차별화를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일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211척 56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823척, 1619만CGT) 대비 척수 기준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1분기 전체 수주량의 41.0%인 231만CGT(60척)를 수주하며 일본(162만CCT, 34척)과 중국(135만CGT, 79척)을 따돌리고 1위에 복귀했다. 일본과 중국의 1분기 점유율은 각각 28.9%, 24.0%다.
한국의 1분기 수주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455만CCT)의 51% 수준에 그친것과 달리 1위 탈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중국 조선업계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조선업계는 주력 선종인 벌크선 시황 악화로 인해 작년 10월부터 최근 6개월 동안 월평균 수주량이 50만CGT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침체를 겪으며 일본 조선업계에도 뒤지는 처지가 됐다.
앞서 지난 달 말레이시아의 최대 금융그룹인 메이뱅크는 투자자브리핑을 통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시장 악화호 중국 조선업계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메이뱅크는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신규 선박수주가 둔화되면서 중국의 조선산업은 2016년까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 조선소가 주문을 채우기 위해 저가수주에 나서고 있어 수익성은 2017년까지 악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그간 중국 조선업계는 글로벌 벌크선 발주물량을 싹쓸이 했다. 비교적 만들기 쉬운데다 값싼 노동력 등으로 수주경쟁에 있어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크선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벌크선운임지수(BDI)가 560포인트대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후 반토막 이상 내려앉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발주물량이 끊긴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상선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 설비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만큼 우리나라 업체들이 상선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노동력 중심의 벌크선 수주는 뒤로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과 수주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최근 삼성중공업은 2만1100TEU(1TEU는 가로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등 역사를 새로 쓰고 있고, 다른 국내 조선소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위해 선주사와 저울질중에 있다. 여기에 LNG(액화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 등 건조가 까다로운 가스운반선을 싹쓸이 수주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의 강점인 친환경 선박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하반기부터 상선시장이 다시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중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라며 “유가가 회복세를 나타내 해양플랜트 투자가 다시 시작된다면 한국의 글로벌 1위는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세계 수주잔량은 1억1113만CGT로 전달에 비해 약 200만CGT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경기 침체가 깊어지며 전세계 수주 잔량은 매달 200만CGT씩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4298만CGT), 한국(3270만CGT), 일본(1979만CGT)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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