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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꽃 피면 꽃 핀다고
바람 불면 바람이 분다는
그런 말만 하게 하소서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좋은 인연들을 만나
그렇게 만나고 보는 것들 모두
하루를 살아도
천상의 일처럼 꿈을 꾸고
꿈꾸고 바라는 것들 모두
눈부신 계절 속에서
꽃이 되게 하소서
더불어 사는 풀 한 포기
나무 하나까지
늘 새롭고 향기롭고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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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계절이다. 치악산 자락서 산수유 꽃을 보는가 싶었는데 도심의 도로변은 벚꽃이 한창이다. 길을 걷다보면 시멘트 틈에서도 제비꽃 민들레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눈이 호사로운 봄날이다.
이맘때면 고향마을이 그립다. 유독 긴 겨울을 보내며 얼었던 계곡은 봄볕에 풀리고 얼음장 밑에서 물소리가 났다. 봄이 오는 신호였다. 앙상하게 말라있던 시냇물은 녹은 얼음물이 모여들어 여울물 소리를 내며 흘렀다. 움도 트지 않은 냇가의 버들개지와 산비탈 진달래 가지를 꺾어 방안 화병에 꽂았다. 빠른 봄을 보고 싶어 조급증이 난 젊은 어머니는 훔쳐온 봄으로 방안 가득 치장했다. 밖은 아직 한기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방안은 벌써 버들개지와 진달래가 피는 한창의 봄이었다. 그리워지는 정경이다.
봄꽃들은 소리 소문 없이 폈다. 잎이 나고 꽃망울이 맺히고 피고 하는, 꽃이 되는 과정 없이 어느 날 벌써 피어있었다. 숲을 들추면 괭이눈이나 별꽃, 노루귀, 동의나물, 피나물 등 풀꽃들도 그렇게 펴 있었다. 산길을 따라 생강나무나 산수유도 노란 꽃잎을 열었다. 그 쯤 꿈길처럼 느릿느릿 날개짓을 하는 나비를 보는가 싶었는데, 앞산은 벚꽃과 진달래가 가득한 화원으로 변했다. 마을 집들은 복숭아와 살구, 자두꽃이 지붕을 덮었고 울을 넘었다. 말 그대로 꽃대궐로 변했다. 고향이 그리워지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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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기도 [사진=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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