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세종문화회관 이승엽(54)사장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근 공사를 끝낸 세종 미술관을 공개했다.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새롭게 출발하는 미술관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열었다. 2명의 행위자가 바이올린을 부수고 이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는등 알쏭달쏭한 현대미술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자리에 참석한 이승엽 사장도 휴대폰으로 퍼포먼스를 촬영하는등 신기함을 감추지 않았다.
"세종미술관 재개관을 계기로 시민이 자랑하고 싶은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은 '말 잔치'였다.
이날 주요 전시로 소개한 멕시코 작가 '디에고 리베라'전(5~8월)과 미국 풍경 사진작가 안셀 아담스와 동료의 전시(8~10월)는 (미술관을 빌려주는)대관전이었다.
상업화랑과는 달리 미술관은 대관보다는 자체 기획전으로 공공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갤러리나 문화센터가 아닌,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건 상업성을 지양한다는 의미다. 특히 새롭게 문을 열면 그간 준비과정을 거쳐 오랜 시간 자체 기획한 전시를 선보여 미술관을 특성을 가늠할 수 있게한다. 하지만 정작 이름까지 바꾸고 거창하게 간담회까지 연 '세종미술관'의 정체는 모호했다.
자체 기획전은 언제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사장은 "기획전은 11월경 선보인다"면서 "콘텐츠가 부족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기획전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는 점에선 상당히 아픈 지적"이라면서 미술 전문위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열악한 전시장이 깜짝 놀랄만할 정도로 개선됐다"며 이날 브리핑을 한 김노암 시각예술 전문위원도 "미술관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제가 개입한 지가 일주일 밖에 안됐다"며 한발빼는 모양새를 보였다. 미술관이라면 1,2년전부터 기획전을 추진하는 것을 알만한 김씨는 "비상근"이라고 강조하며 "개관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할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흐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설명했다. "미술관 등록을 하면 큐레이터증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채용해 역량을 발휘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수 있게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술관을 늘리라는 주문도 있었다"는 말도 했다.
이날 전시장에 선보인 작품들도 '눈가리고 아웅'이었다. 일반에 공개하는 전시가 아니었다. 이 사장은 "기자들을 위한 '쇼케이스 같은 전시"라며 "소장품 위주로 앞으로 이렇게 작품들이 전시되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마련했다. 간담회가 끝나면 철수한다"고 했다.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소장품은 136점이라고 부연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미술관은 이리저리 치여왔다. 전시도 대충했다"면서 "리모델링한 전시장은 항온·항습 시설을 해 미술관으로의 기능을 갖췄다"고만 설명했다. 이 사장은 "취임한지 한달반 밖에 안됐다"며 "주로 공연분야만 하다 미술분야는 잘 모른다"고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예술경영전공 교수를 지낸 이 사장은 예술의전당 공연장 운영부장, 서울시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 한국예술경영학회장등을 역임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에 걸쳐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서울시 예산 30억원을 지원받았다. 1층 686㎡, 지하 1층 609㎡ 총 1295㎡(391평)으로 이전보다 환해지고 넓어졌다. 지하 1층과 1층을 마루바닥 계단으로 동선을 연결했다. 이 리모델링을 통해 이름도 '세종 미술관'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세종문화회관 전시관(1층)과 미술관 본관(지하 1층)이었다.
고치고 쾌적해진 전시장의 대관료는 상승했다. 이전보다 각각 1층이 23%, 지하 1층은 5% 올라 하루에 102만400원, 78만원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대관료는 5년만에 인상한 것"이라고 했고 "자체기획전이 부족한건 예산이 삭감된 탓"이라고 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들은 웬일인지 당장 미술관 재개관 전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알고보니 8일부터 시인 이상의 '오감도'를 재해석한 ‘201_5감도’ 기획특별전이 열린다. 사단법인 세계미술연맹이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여는 대관전이다.
한편, 세종문화회관이 미술관을 확장한 것은 2009년 '전시장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5000여명의 미술인들의 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은 2011년 1층에 전시장을 신설했고, 지하의 본관 전시장과 함께 운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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