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미술관, '본격 미술관' 출발한다면서 기획전없이 대관으로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04-06 18:1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세종문화회관 이승엽 사장 "콘텐츠부족 11월경 추진"..대관료는 23%↑

[6일 세종문화회관 이승엽사장이 세종미술관 재개관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김노암 시각예술전문위원, 정종철 전시디자인팀장]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앞으로 미술관 등록도 추진한다. 미술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제대로 된 도심의 전시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

 6일 세종문화회관 이승엽(54)사장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근 공사를 끝낸 세종 미술관을 공개했다.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새롭게 출발하는 미술관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열었다.  2명의 행위자가 바이올린을 부수고 이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는등 알쏭달쏭한 현대미술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자리에 참석한 이승엽 사장도 휴대폰으로 퍼포먼스를 촬영하는등 신기함을 감추지 않았다. 

 틀을 깬 간담회의 시작은 좋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알맹이가 없이 보여주기식이었다.

 "세종미술관 재개관을 계기로 시민이 자랑하고 싶은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은 '말 잔치'였다.  

 이날 주요 전시로 소개한 멕시코 작가 '디에고 리베라'전(5~8월)과 미국 풍경 사진작가 안셀 아담스와 동료의 전시(8~10월)는 (미술관을 빌려주는)대관전이었다.

 상업화랑과는 달리 미술관은 대관보다는 자체 기획전으로 공공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갤러리나 문화센터가 아닌, '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건 상업성을 지양한다는 의미다. 특히 새롭게 문을 열면 그간 준비과정을 거쳐 오랜 시간 자체 기획한 전시를 선보여 미술관을 특성을 가늠할 수 있게한다.  하지만 정작 이름까지 바꾸고 거창하게 간담회까지 연 '세종미술관'의 정체는 모호했다.

 자체 기획전은 언제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사장은 "기획전은 11월경 선보인다"면서 "콘텐츠가 부족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기획전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는 점에선 상당히 아픈 지적"이라면서 미술 전문위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열악한 전시장이 깜짝 놀랄만할 정도로 개선됐다"며 이날 브리핑을 한 김노암 시각예술 전문위원도 "미술관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제가 개입한 지가 일주일 밖에 안됐다"며 한발빼는 모양새를 보였다.  미술관이라면 1,2년전부터 기획전을  추진하는 것을 알만한 김씨는 "비상근"이라고 강조하며 "개관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할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흐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설명했다. "미술관 등록을 하면 큐레이터증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채용해 역량을 발휘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수 있게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술관을 늘리라는 주문도 있었다"는 말도 했다.

 이날 전시장에 선보인 작품들도 '눈가리고 아웅'이었다. 일반에 공개하는 전시가 아니었다. 이 사장은 "기자들을 위한 '쇼케이스 같은 전시"라며 "소장품 위주로 앞으로 이렇게 작품들이 전시되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마련했다. 간담회가 끝나면 철수한다"고 했다.  1978년 개관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소장품은 136점이라고 부연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미술관은 이리저리 치여왔다. 전시도 대충했다"면서 "리모델링한 전시장은 항온·항습 시설을 해 미술관으로의 기능을 갖췄다"고만 설명했다.  이 사장은 "취임한지 한달반 밖에 안됐다"며 "주로 공연분야만 하다 미술분야는 잘 모른다"고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예술경영전공 교수를 지낸 이 사장은 예술의전당 공연장 운영부장, 서울시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 한국예술경영학회장등을 역임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에 걸쳐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서울시 예산 30억원을 지원받았다. 1층 686㎡, 지하 1층 609㎡ 총 1295㎡(391평)으로 이전보다 환해지고 넓어졌다. 지하 1층과 1층을 마루바닥 계단으로 동선을 연결했다. 이 리모델링을 통해 이름도 '세종 미술관'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세종문화회관 전시관(1층)과 미술관 본관(지하 1층)이었다. 

 고치고 쾌적해진 전시장의 대관료는 상승했다. 이전보다 각각 1층이 23%, 지하 1층은 5% 올라 하루에 102만400원, 78만원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대관료는 5년만에 인상한 것"이라고 했고 "자체기획전이 부족한건 예산이 삭감된 탓"이라고 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들은 웬일인지 당장 미술관 재개관 전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알고보니 8일부터 시인 이상의 '오감도'를 재해석한 ‘201_5감도’ 기획특별전이 열린다. 사단법인 세계미술연맹이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여는 대관전이다.

 한편, 세종문화회관이 미술관을 확장한 것은 2009년 '전시장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5000여명의 미술인들의 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은 2011년 1층에 전시장을 신설했고, 지하의 본관 전시장과 함께 운영해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