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등기이사 연봉 공개 취지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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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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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아무개 회장은 뭐 했다고 수십억원이나 받아. 딴 세상 사람이네."

주요 상장사가 3월 말 일제히 사업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등기임원 연봉이 화제가 됐다. 국내 30대 그룹을 보면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보다 평균 35.9배 많은 연봉을 받았다. CEO와 직원 간 적정 연봉 격차를 약 12.1배로 잡은 최근 한 조사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연봉이 공개된 CEO 가운데 신종균 삼성전자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대표는 145억7200만원을 받아 2013년에 이어 다시 최고 연봉자에 올랐다. 같은 기간 직원 1인이 받은 평균 급여는 1억200만원으로 142.8배에 이르는 격차를 보였다.

CEO가 일반 직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비판할 이유는 없다. 수익창출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기업이 성과를 낸 경영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적자를 낸 회사 총수나 경영인이 수십억원대 급여를 챙긴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경영현장에 아예 없었거나 이름만 올려놓고 수백억원을 받은 오너도 상당수다.

재벌닷컴이 상장사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최고경영자급 668명 가운데 약 18%(119명)가 적자를 낸 회사에서 고액 보수(급여와 퇴직금)를 수령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4600억원대 순손실을 낸 한진해운에서 퇴직금 52억원을 포함해 총 57억원을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0억원 이상 순손실을 기록한 대한항공에서 보수로만 26억원을 가져갔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적자를 내고 있는 동부메탈에서 12억원을 수령했다.

등기임원 연봉 공개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5억원 이상 받는 등기임원이 대상으로 2014년 처음 시행됐다.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보상으로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상당수 재벌 총수가 경영을 직접 챙기면서도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는 식으로 이를 피해가고 있다. 얼마나 받았는지만 공개하는 것도 취지를 살리는 데 부족하다. 보수가 어떤 근거로 지급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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