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전운·문지훈 기자 =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중금리 대출상품을 확대하라고 주문했지만 은행들은 고위험군 고객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저금리 기조로 실적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채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더욱 부담스럽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시중 은행 전략·여신 담당 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대출금리 상한을 지도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명시적·비명시적 지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0%대 중금리 대출 영업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들을 1금융권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상품을 활성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은행권은 선뜻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고위험군에 있는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규고객 창출로 실적 악화를 만회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고위험군 고객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이 갖춰져 있지 않아 예상 손실률 등을 계산하기 힘들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무모하게 대출을 확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이미 캐피탈과 저축은행 등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10%대의 중금리 상품을 확대하게 된다면 계열사의 영업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확대 주문도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권에 채용확대를 주문한데 이어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시중 은행장들에게 신규 채용을 확대할 것을 권유했다. 결국 신한·국민·우리·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올해 채용규모를 전년(1750여명)보다 1200명 이상 증가한 3000여명으로 늘렸다.
정부의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 현상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은행권이 구조조정·지점 통폐합을 단행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뜻에 장단을 맞출 수밖 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반 행원보다 책임자급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 탓에 평균연봉이 높고 근속연수도 긴 상황에서 내년부터 정년이 만 60세로 늘어나면 은행들이 갖는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실업난 해소를 위한 노력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무작정 채용규모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영 방침과 상관없이 정부의 눈치 때문에 신규 상품을 출시하고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면서 오히려 은행권들이 더욱 안좋은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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