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막강한 디지털 기술의 힘으로 기존의 비즈니스를 뒤집는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파괴 현상은 모바일, 미디어, 전자상거래에 이어 자동차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IT 기술을 품은 자동차가 주역이 되는 '스마트카' 산업이 그것이다.
'스마트카' 산업은 글로벌 IT 업계들의 새로운 경쟁 플랫폼이자 거대 성장잠재력을 지닌 기회시장으로 떠올랐다. 올해 열린 다양한 IT∙자동차 박람회는 자동차 시장의 미래 '스마트카'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전기차로 명성이 높은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중국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彥宏) 등 IT 업계 대표들이 올해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제시한 IT 산업의 미래 청사진에도 스마트카 산업은 여실히 등장한다.
구글, 애플, 소니, 우버 등 글로벌 기업에서 시작된 스마트카 산업을 둘러싼 경쟁은 최근 중국 대표 IT 업체들의 잇단 진출 선언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 내수시장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 △전통자동차 업체와의 협공전략 등 3대 파워엔진을 장착하고 미래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 중국의 스마트카 시대 '활짝'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미래 중국 자동차 시장을 글로벌 거대 기업의 '돈 찍어내는 기계’로 표현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중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스마트카 산업은 이같은 거대 자동차 시장 수요를 발판으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에 관한 통계보고서'를 통해 2015년 중국 스마트카 시장 규모는 1500억 위안(약 26조4000억원)을 넘어서고, 스마트카 보유 인구가 전체 자동차 사용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 5년 후인 2020년에는 그 규모가 2000억 위안(약 35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성장세를 고려할 때 10여 년 후 전 세계 스마트카 시장을 선도하는 주연으로 거듭난 중국 시장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룩스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판매될 스마트카는 1억2000만대에 달할 전망이며, 시장가치는 870억 달러(약 9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중 중국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를 차지해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세계 최대 스마트카 시장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조업을 대표하는 전통 자동차 산업과 인터넷이 융합된 스마트카 산업은 중국 당국이 올해 새롭게 내건 '인더스트리 4.0'과 '인터넷 플러스(+)' 구상의 핵심 주축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인터넷 +'는 기존산업에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으로 중국 경제의 새로운 테마로 부상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중국판 인더스트리 4.0'으로도 불리는 '중국제조(中國製造)2025'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이는 전통 제조업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해 스마트한 생산을 추구하는 것으로 '인터넷+' 구상과 함께 스마트카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 중국 IT '빅5' 불꽃레이스 스타트
스마트카 산업은 차세대 성장 먹거리에 민감한 중국 대표 IT 기업에게도 놓칠 수 없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중국 IT 3대 기업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비롯해 신흥 IT 기업들까지 스마트카 시장에 발을 들이며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스마트카 연구개발을 위해 지난해 7월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와 손을 잡았다. 양사의 협업은 상하이자동차가 제작한 차체와 전자구조물에 알리바바의 강점인 클라우드 기반 운영체제(OS), 빅데이터, 통신, 오토 네비게이션 등 스마트 시스템을 상하이자동차 차체 및 부품과 결합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지난 2월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10억 위안 규모의 '스마트카 펀드'를 조성하고, 스마트카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상하이자동차는 중국 최대 자동차 고객을 확보한 중국 대표 자동차생산업체로 하이브리드, 친환경기술, 자동차 자동화 등에서 이미 자체개발 기술을 모두 갖춘 상태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의 합작품이 내년 초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며, 이들의 첫 번째 합작품 브랜드 이름은 상하이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롱웨이(榮威)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최대 IT 포털인 바이두는 BAT 가운데 가장 먼저 스마트자동차 연구개발에 관심을 드러냈다.
바이두는 지난해 1월 무인자동차 연구개발(R&D) 사업에 착수하고 2015년 첫 모델을 공개한 뒤 5년 내 중국 시장에 무인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음성인식, 증강현실(실세계에 3차원 가상 이미지 구현), 인공지능 기술 등 차세대 기술을 집중 연구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연구센터를 개설했다. 또 일종의 차량 탑재용 소프트웨어인 '카넷(Carnet)'을 발표하고 운전자, 스마트폰, 차량을 일체화한 자동차 플랫폼을 만든다는 프로젝트 기획에 나섰다.
최근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인 이른바 '중국대뇌(中國大腦)'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무인자동차 1호를 올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바이두가 개발 중인 제품은 운전자가 없는 100% 무인자동차가 아닌, 운전자의 어느 정도 도움이 필요한 반자동 무인자동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의 빅데이터와 맵 서비스, 음성인식 등 기술을 자동차 업체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며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생산능력도 조만간 갖출 계획이다.
텐센트(騰訊)는 지난해 5월 스마트자동차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기기 루바오박스(路寶盒子)를 정식 출시하며 진출을 알렸다. 이는 엔진의 온도, 공기주입량, 배기가스 농도 등의 차량운행 데이터 분석을 비롯해 위치 정보 서비스 기능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설비다. 아울러 중국 국영보험사인 인민보험공사(PICC), 정유회사 로얄더치셀과 함께 스마트 자동차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합작도 체결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 자동차 부품기업 하모니홀딩스(和諧集團), 애플 최대 위탁생산업체 대만 팍스콘(富士康)과 손잡고 스마트 자동차 개발을 위한 합작을 체결했다. 이는 스마트카 시장을 두고 펼쳐질 BAT 주도의 3각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턴센트가 보유한 인터넷 관련 아이디어와 플랫폼, 팍스콘의 첨단 모바일 단말기와 스마트 전기차 디자인 및 생산기술, 하모니홀딩스의 고급 자동차 마케팅 및 서비스 채널을 결합해 '인터넷+ 스마트카' 개발 및 이에 상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신흥 IT 강자'로 부상한 중국 대표 동영상서비스업체 러스왕(樂視網) 또한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해 '스마트 전기차'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앞서 양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기자동차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인 아티바(Atieva)에 대한 공동 투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러스왕은 테슬라보다 더 앞선 전기차를 2016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웨이(華為)테크놀로지도 지난해 둥펑자동차(東風汽車) 협약을 체결하고 스마트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모바일과 자동차 기기의 디스플레이를 연동시킨 제품 개발, 자동차 네트워크 상품 개발, 자동차 네트워크의 스마트화 실현, 자동주행이 가능한 무인자동차 공동개발 등이 그 내용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