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그동안 백화점 세일은 거리가 멀어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롯데백화점이 소공동 본점이나 롯데호텔이 아닌 곳에서 세일 행사를 연다고 해서 찾아오게 됐습니다" 서울 양재동에 거주하는 김순자 할머니(66세)는 미리 구매할 제품을 생각해 놨다며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 롯데백화점이 사상 처음으로 출장 세일인 '블랙쇼핑데이'가 열린 서울 강남 세텍(SETEC) 제3전시장 앞에는 정식 개점시간을 50여분 앞둔 9시 40분부터 긴 줄이 만들어졌다. 세일 첫날인 지난 10일 대부분의 선착순 행사 품목들이 몇 시간 만에 동이 났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찌감치 방문한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줄은 20여 분 만에 500미터 이상 이어져 건물 외부 주차장 한 면을 애워쌌다.
같은 시간 행사장 내부에는 입점 업체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처음에 이 전시장(세택)에서 세일 행사를 연다고 했을 때 과연 매출이 오를지 반신 반의 했습니다. 하지만 행사 첫날부터 '대박'이 터져 입주 업체 관계자들이 모두 놀랬습니다."
오렌지를 상품으로 낸 논 한 업체 관계자는 행사 첫날 500만원 가량 이상을 판매했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기존 롯데백화점 세일 기간 6개 들이 한 봉지를 1만원에 판매했지만 이번에 8개 한 세트로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옆에 매대를 꾸민 멸치 상품 판매자도 이 날만 600만원이상 판매했다며 거들었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출장 세일 행사를 총 두 차례로 나눠 구성했다. 10일부터 12일까지는 생활가전 및 식품 등으로 '리빙&푸드 페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었다. 당초 백화점 측은 이번 행사 기간 하루 3억~4억원, 3일간 총 1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대했다. 하지만 행사 첫날에만 7억원어치의 물건을 판매했다. 행사 둘째 날 오후 2시를 넘기면서 목표했던 총 10억 매출을 돌파했고 하루 매출 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장소에서 17일에서 19일까지 해외 직수입 의류를 비롯해 핸드백,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두 번째 출장행사인 ‘패션 팩토리’를 남겨 놓은 상황이지만 롯데백화점이 이번 외부 세일 행사를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절반이상의 성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먼저 백화점 측이 그동안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었던 재고 소진 행사 장소를 과감하게 벗어나 틈새시장 고객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날 쇼핑객의 대부분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던 것을 보면 이를 방증한다. 백화점 측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이번 행사를 병행한다면 고객별 상품 구매 성향 등이 달라 새로운 매출 창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세일 행사를 열었던 롯데호텔보다 세택 전시장의 규모가 3배 넓어지면서 행사 참가 업체 수나 상품 구색이 다양해져 호평을 받았다. 과거 세일행사엔 입점할 수 없었던 부산어묵의 원조 ‘삼진어묵’을 비롯해 속초 명물 ‘만석 닭강정’ 등 먹거리 매대에는 줄곳 긴 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롯데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했다는 한 브랜드 관계자는 이번에 행사장이 넓어지면서 백화점 입점 업체뿐만 아니라 세일에 관심이 있는 업체까지 참여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고 반겼다.
또 백화점 측이 입점 업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행사 마진을 기존보다 2~10% 포인트 낮게 책정한 것도 주효했다. 이로 인해 해당 업체들은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낮출 수 있었고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편 지난 3일부터 일제히 봄 정기세일을 시작한 백화점 업계의 세일 1주일(9일까지) 실적은 겨우 체면을 유지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롯데백화점이 기준점을 기준으로 전년 봄세일 같은 기간에 비해 2.5% 신장한 것을 비롯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AK플라자 등도 각각 2.8%, 3.1%, 2.3%씩 증가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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