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국가중요농업유산 제6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차 시배지(始培地) 하동 야생차밭에서 천년의 향을 간직한 햇차가 나왔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 9일 화개면 한밭제다(대표 이재완)에서 올들어 첫 녹차 수확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야생차 주산지인 화개·악양면 일원에서 햇차 수확에 들어갔다고 13일 밝혔다.
하동 야생차는 곡우(20일)를 전후해 수확하는 ‘우전(雨前)’을 시작으로 5월 5일 이전에 따는 ‘세작(細雀)’, 5월 20일 이전에 생산하는 ‘중작(中雀)’을 거쳐 6월까지 이어지는데 올해 햇차는 생육기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당 8만∼1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동 야생차는 화개·악양면 일원 1956농가가 1014ha의 재배면적에서 연간 1973t을 생산해 180억원의 농업소득을 올리는 하동군의 대표 특화작목이다.
특히 야생차를 재배하는 하동의 전통 차농업이 올해 국가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높은 국가중요농업유산 제6호로 지정돼 차의 생육에 적합한 토질·기후 조건과 더불어 하동 차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실제 야생차밭으로 조성된 화개·악양면 일원은 섬진강에 인접해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차 생산시기에 밤낮의 기온차가 커 차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지리산 줄기 남향의 산간지에 분포한 이곳은 점토 구성비가 낮은 마사질 양토로 이뤄져 차나무 생육에 이롭고 고품질 녹차 생산에 적합하다.
이러한 토질과 기후 조건을 갖춘 하동은 전국 차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며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되고 있다. 농경지가 적은 지리산 기슭의 급경사에 다원이 형성돼 자연생태계 훼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곳 야생차 군락은 신라 흥덕왕 3년(828) 김대렴 공(公)이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차 씨앗을 왕명에 따라 지리산에 심으면서 형성돼 이후 1200여 년간 이어온 우리나라 차 문화의 성지이기도 하다.
화개면 용강리에 위치한 차 시배지는 경남도 기념물 제61호로 지정돼 있다. 화개면 정금리 도심마을에는 우리나라 최고(最古) 수령의 차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차의 역사성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차나무 재배조건으로 인해 하동 녹차는 다른 지역의 녹차보다 내용성분은 물론이고 맛과 품질이 우수해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왕에게 진상된 ‘왕의 녹차’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하동녹차의 품질은 전국에서 으뜸이고, 올해는 기후가 알맞아 녹차가 가진 은은한 향과 맛이 뛰어나다"며 "차 애호가들의 많은 이용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군은 내달 22∼25일 차 시배지 일대에서 '제19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열어 하동의 문화와 관광은 물론 하동 차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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