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해외펀드의 불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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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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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일 SC은행 투자자문부 팀장

김영일 SC은행 투자자문부 팀장[사진=SC은행 제공 ]


필자는 전문적인 자산관리 상담을 하는 업무상 다양한 고객을 접할 기회가 많다. 오랜 기간 각기 다른 투자 성향과 여건을 가진 다양한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투자에 대한 나름의 태도가 생겼다. 거두절미하고 투자할 때엔 사고의 유연함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그리고 판단이 정확했다 해도 고객의 투자 성향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를 테면,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것 같은 확신이 강해지고 그래서 주식 등 위험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때도 정기예금만을 선호하는 고객은 쉽게 설득하기가 어렵다. 특히 고객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직면하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해외자산에 대한 불편함이다.

예금 1% 대의 저금리 시대는 계속 이어질 것이 자명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고객들은 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 투자를 미국 주식·유럽 주식 등 해외 자산으로 하자고 권하면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고객들은 국내 시장은 잘 아는 시장이라서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인다, 자본차익에 대한 과세가 없어서 좋다고 한다. 반면 해외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위험하다, 수익에 대해 세금 부담이 있다며 투자를 망설인다. 이런 이분법적인 판단은 과연 맞는 걸까?

국내 주식형 펀드를 예로 생각해 보자. 펀드가 투자하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인지도가 높은 대형 우량주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이라고 해서 그 기업의 투자가치를 아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상장된 유명 기업을 잘 몰라서 어렵다고 판단하듯, 사실은 삼성전자의 가치를 아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세금 측면에서 국내 주식형 상품이 유리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라고 선호한다. 물론 세금 측면만 보면 해외 펀드 보다 유리하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절세가 우선인가? 수익이 우선인가? 대부분의 고객들에게는 당연히 수익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자산배분을 통한 수익의 기회와 그 보다 더 중요한 위험 관리를 외면하면서까지 국내펀드만을 선호하는 것은 투자자문을 하는 필자나, PB들 입장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규모는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정도 된다. 즉, 국내 시장을 고집하는 투자자는 100개의 선택 중 2개만을 놓고 고민하는 형국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글로벌 전체 중 3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주식형 펀드를 가입한다면, 100개 중 36개의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결과인 것이다. 2개 중에서 고르고 싶은가, 36개 중에서 고르고 싶은가?

그렇다고 향후 경제가 국내 시장이 우월하게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가?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선진국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 시장 등의 해외 펀드 평균 수익률은 국내 펀드를 압도하고 있다. 변동성 측면에서도 더 양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잘 아는 거 같아서, 세금 부담이 없으니까 라는 이유로 국내 시장을 고집하기에는 놓치는 게 너무 크다.

초저금리 시대. 오늘날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하면 먼 훗날 지금의 방법이 가장 위험한 자산관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점점 위험을 받아들여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저금리 시대의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잘 모르는 투자는 ‘위험’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위험은 ‘관리’될 수 있다. 벚꽃 눈부신 이 계절, 투자에 대한 마음가짐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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