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배우 김인권(37)은 두 번이나 블록버스터와 맞붙게 됐다. 먼저 지난 2013년 5월 1일 개봉된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은 ‘아이언맨3’와 1주일 차이로 개봉됐다.
그리고 ‘약장수’(감독 조치언·제작 26컴퍼니)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와 같은날인 오늘 23일 개봉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10일 오후 서울 논현동 카페에서 만난 김인권은 개봉일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 썼다”면서 “오히려 관객이 영화관으로 많이 몰릴 때 덕을 볼 수 있다”며 웃었다.
‘떴다방’ 사장 철중(박철민)은 수금이 안되는 어머니들의 반지라도 뺏어와 수금을 하라고 윽박지르면서 일범을 다그친다.
“소속사를 통해 시나리오가 들어왔어요. 조치언 감독님이 직접 쓰고 연출 데뷔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을 만났는데 홍보관에 대해 정말 해박하시더라고요. 취재를 위해 직접 홍보관에서 일까지 하셨으니까요. 당신 어머니에 대한 애정도 크셨죠. 그때는 결혼 전이셨는데 저한테 ‘인권 씨가 딸이 있으니 아빠의 심정을 잘 알 것 같으니 출연해달라’고 하셨어요. 시나리오가 좋았는데 감독님을 만나보니 믿음이 갔죠. 촬영을 시작했는데 정말 홍보관을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엑스트라로 오신 어머님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시더라고요. 직업에 대해 약간 의심이 들 정도였어요(웃음). 현장은 편했습니다.”
딸 미우(황인영)와 관련된 장면들은 김인권에게 맡겨졌다.
“소품, 행동, 제스처 모두 저에게 맡겨 주셨어요. 무대를 만들어주셨고 거기에 맞춰 연기를 했죠. 아내 미란 역의 장소연 배우도 엄마의 감정을 잘 모르겠다고 해서 우리 와이프 경험을 알려줬어요. 특히 병원에서 아픈 아기를 안고 갈 때의 엄마의 모습은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르죠. 딸이 코피를 흘려 아빠의 어깨가 흥건해졌을 때 보통 엄마들은 거의 실신을 하죠. 저도 첫째가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었어요. 폐렴 때문이었는데 촬영을 하다 병원으로 달려간 적이 있었죠. 조마조마하죠.”
그동안 김인권은 코믹 감초 이미지가 강했다. 사실 김인권은 매우 센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러다 ‘방가방가’ ‘해운대’ ‘신의 한 수’ 등 다른 결을 선보였다. 대중은 그런 김인권의 모습을 좋아하지만 그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멋진 역할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걱정이 아니라, 제가 소비될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늘 봐왔던 연기를 계속한다는 게 관객의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 있거든요. 그래도 어떤 배역이든 현실과 맞닿게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죠. 코믹한 역할이 저에게 들어온다면 최대한 현실성 있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현실에 저런 아빠, 저런 남자가 한 명은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요.”
“감독님부터 스태프들 모두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아직 개봉 전이지만 제 인생에 있어 삶이 많이 녹여져 만들어진 일범이란 캐릭터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보여드려도 부끄럽지 않아 더욱 애착이 갑니다.”
김인권의 자신감이나 애정에서 볼 수 있듯 ‘약장수’는 ‘수작(秀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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