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스는 '양철북'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다. 현재 폴란드 그다니스크로 불리는 단치히에서 1927년 태어난 그는 독일 전후 세대 문학 조류를 대변하는 작가로 평가받아왔다.
다만 독일계와 슬라브계 부모 가정에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17세 고등학교 시절 나치군(나치 친위대·Waffen SS)에 들어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력은 내내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문학계 지성으로서 독일 국민들에게 나치 역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을 앞장서 촉구해온 그였기 때문이다.
15세가 되던 해, 부모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잠수함 복무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하고, 이후 노동봉사자로 군부대 지원 업무를 하다 17세 때 드레스덴에 주둔한 무장 나치 친위대 제10기갑사단으로 발령받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문학과 예술적 열정의 밑바탕은 전쟁 중 미군 포로가 됐다가 석방되고 나서부터 본격화했다. 잡부와 석공으로 일하다가 조각가가 되려고 뒤셀도르프 미술학교를 거쳐 1952년 베를린 예술대학으로 옮겨 수학했다.
문학 수업과 역량의 축적은 1959년 나온 '양철북'으로 집약됐다. 이 작품은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반열로 그를 밀어올렸으며 이후 양철북은 1979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양철북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를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의 시점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밖에도 '고양이와 쥐'(61년), '개들의 시절'(63년) 외에 물고기를 화자로 등장시킨 '넙치'(79년)에서도 인간사회를 비판적 시선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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