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 스테판 두자릭은 13일(현지시간) “반 총장은 아르메니아와 터키가 사건 발생 100주기를 함께 기리고 공동조사로 사실을 밝힘으로써 그러한 잔혹한 범죄행위(atrociry crimes)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이 아르메니아 참극을 ‘잔혹한 범죄행위’라고 규정한 것은 ‘20세기 첫 집단학살’이라며 규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견을 지지하지 않는 의미로 풀이된다.
두자릭 대변인은 “반 총장이 아르메니아 학살에 관한 교황의 언급을 주목했다”며 “반 총장은 100년 전 일어난 일을 정의하는 데 민감성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915년부터 1917년까지 지금의 터키인 오스만제국 영토에 살던 아르메니아인이 대거 학살됐다. 당시 오스만제국은 독일과 손잡고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아르메니아인들은 오스만제국과 격전을 치른 러시아군에 협력하며 독립을 시도했다. 반역자를 처단하겠다고 나선 오스만제국은 아르메니아계 지식인들을 집단 사살했고 겨우 목숨을 건진 이들은 도망치다가 추위와 탈수,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아르메니아는 당시 150만여 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한다. 터키는 이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터키는 교황의 발언 직후 주(駐)터키 바티칸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교황이 ‘집단학살’이라고 표현한 것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바티칸 주재 터키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르메니아 의회에 따르면 이탈리아, 캐나다, 프랑스 등 17여 개국과 미국의 여러 주에서 아르메니아 학살을 인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또 1985년 유엔 인권위원회 하부기관인 소수민족차별방지 및 보호에 관한 소위원회에서도 1915~17년을 집단학살이 일어난 기간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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