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가히 충격적이다. 헌정사상 첫 과반·여성 대통령의 역사를 쓴 박근혜 정권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여권 수뇌부 8명이 거론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가늠조차 어렵다.
사안의 파급력을 떠나 이완구발(發) 사정정국이 ‘핵폭탄’을 얹은 부메랑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 칼끝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실세를 향하고 있다. 세월호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다.
특히 ‘부패와의 전쟁’의 물꼬를 튼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파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집권 1∼2년차 때 ‘불통 정부’란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승부수였던 ‘이완구 카드’는 누더기가 됐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미 ‘식물 총리’로 전락했다. 사퇴가 불가피해졌다. 법무부 장관을 지휘하는 이 총리 본인이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검찰 수사 대상이 수사를 지휘하는 ‘셀프 사정’이란 제목의 블랙코미디 장르의 개봉이 임박한 셈이다.
파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 전 회장이 말했다. 2006년 청와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한 10만 달러는 박 대통령 독일 방문경비, 2007년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건넨 7억원은 대선경선 자금, 2012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준 2억원은 대선 자금이라고.
핵심은 친박(친박근혜) 게이트가 아닌 박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다. 이 총리 등이 ‘성완종 리스트’의 깃털이라면, 박 대통령은 몸통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내부에선 벌써 ‘악취’ 가 진동하는 부패 의혹에 대한 엄정 수사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건 ‘유체이탈 화법’이다. 그들은 수사 주체가 아니다. 수사 대상이다. 만일 이 정권이 국면전환용 카드를 통해 위기 탈출을 모색한다면, 그 칼끝은 분명 정권을 직접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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