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초유의 조선업계 사장 돌려막기 채권단의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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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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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산업부 기자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하하하” 조용하던 기자실에서 오랜만에 쓴 웃음꽃이 피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가, 즐거운 일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단지 한 조선업체의 인사 관련 자료를 보고난 뒤 터져나온 허무한 웃음이었다. 사장 돌려막기가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14일 STX조선해양의 신임 사장으로 이병모 대한조선 사장을 추천했다. 앞서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사장으로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를 사장으로 추천해 시작을 알린 상황이었다.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추대될 당시 업계에서는 “STX조선해양을 버리는거냐”는 질문들이 많았다. 이번 이병모 사장의 추대로 대한조선 역시 버리는 카드가 된 것이냐는 소리가 나온다.

이병모 사장 후보자는 지난 2011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소속으로 대한조선의 위탁경영을 총괄하던 인물이었다. 정성립 사장 역시 STX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오고 있었다. 즉 이번 산은발 인사의 중심이 된 두 주인공들은 기업 회생을 책임져야 할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인물들이었다는 점이다.

산은측은 현재 대한조선이 법정관리 상태이므로 사장 선임에 대한 권한은 법원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인사는 “산업은행이 관리중인 조선소가 또 어디냐, 거기에 있는 사장이 대한조선으로 가는게 아니냐”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그간 산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해왔던 산업은행의 업계 특성에 대한 판단과 이해자세의 결여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마치 조선업계를 우습게 보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사장 하나 바뀐다고 해서 회사 전체가 흔들리진 않는다. 또 임기가 정해진 사장은 때에 맞춰 교체되는 게 옳다. 하지만 잡음은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한 조선소 관계자는 이런 말을 던졌다. “채권단이 이러쿵 저러쿵 떠들면 야드에서 피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은 의욕이 꺾인다. 대주주는 그냥 조용히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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