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차떼기 망령의 재연이냐, 찻잔 속 태풍이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장이 중대한 갈림길에 들어섰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의혹의 진원지’인 경남기업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의 현 정권 실세들의 사법 처리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이 메모에서 ‘배신자’ 혹은 ‘사정 대상’으로 지목한 이들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10만 달러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원 △서병수 부산시장 2억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2억원 △유정복 인천시장 3억원 △홍준표 경남지사 1억원 △이완구 국무총리 3000만원 등이다.
속도전을 전개한 검찰이 이들 중 다수의 혐의를 입증해 기소한다면,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검찰이 대다수 혐의의 구성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성완종 리스트’는 영원히 미궁 사건으로 남게 된다. 다만 이번 사건이 대선자금으로 불똥이 튄 만큼 박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메모, 증거능력 인정…증명력은 ‘별개’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들의 사법 처리 여부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의 유죄 여부는 △돈을 수수한 시점 △제3의 목격자 진술 △비밀장부 등 추가 증거 존재에 따라 갈린다. 성 전 회장이 망자가 된 만큼 유죄 입증을 위한 증명력 확보가 최대 쟁점인 셈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선 죽은 자의 육성이나 메모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제3의 목격자 진술이나 비밀장부의 공개 여부에 따라 성 전 회장의 메모가 정치자금법 및 뇌물수수 혐의 입증의 증거능력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유죄 입증을 위한 증명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성 전 회장의 육성과 자필의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 메모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메모 자체를 재판의 증거능력으로 간주한다”며 “성 전 회장 인터뷰 육성도 본인임을 입증하면 된다. 이 경우 육성 녹취록 등도 증거능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직접 받은’ 李 vs ‘제3자 존재’ 洪…차이는?
눈여겨볼 대목은 ‘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이들이 ‘직접 받은’ 쪽과 ‘제3의 인물’을 통해 돈을 전달받은 쪽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전자는 ‘이완구·홍문종’, 후자는 ‘김기춘·허태열·홍준표’ 등이다. 이 지점이 두 번째 관전 포인트다.
일단 성 전 회장이 돈을 직접 건넸다고 주장한 이 총리와 홍 의원의 유죄 입증 핵심은 ‘추가 목격자’ 여부에 달렸다. 금품수수 의혹의 경우 당사자나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 핵심이다.
문제는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이들의 금품수수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돈을 건넨 특정 시점과 특정 장소 등에 대한 추가적인 진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재판의 증명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단순 배달사고 결론 내리고, 그 누구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3의 전달자가 존재하는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은 ‘공소시효’가 핵심 쟁점이다. 성 전 회장은 2006년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 2007년 허 전 실장에게 7억원을 각각 건넸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입증되더라도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뇌물죄 입증이 정치자금법 위반 입증보다 까다롭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제3의 인물이 특정된 홍 지사의 경우 금품 전달자 의혹을 받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구체적인 △장소 △시기 △방법 등을 증언할 경우 ‘성완종 리스트’의 첫 사법 처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공소장에 돈을 수수한 방법, 시기 등을 특정해야 기소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나온 증거만으로도 이들의 사법 처리는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