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가시거리 충분했다"…'무리 착륙' 지적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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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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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A320 [사진=국토교통부]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여객기(A320)가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한 사고와 관련해 “당시 착륙에 필요한 수준의 가시거리가 확보돼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마무라 아키요시(山村明好) 아시아나항공 안전담당 부사장은 1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착륙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이 같이 밝혔다.

야마무라 부사장은 “현 단계에서는 시정(視程·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대거리)이 착륙 가능한 최소치 이상이었다고 들었다”면서 “사고 항공기가 활주로에 진입 시 규정된 정상적인 각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당시 항공기는 기장이 조종했으며 그가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인 A320 항공기를 800시간 이상 조종한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착륙 당시 가시거리 확보 여부와 관련해 “활주로 이탈 직전 일대 시계가 급격하게 악화했다”고 봤다. NHK는 “활주로에 처음 접근할 무렵에는 일대 시계가 착륙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불과 몇 초만에 가시거리가 짧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활주로 주변의 시계 정보를 6초 간격으로 담은 기상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사고 발생 5분 전인 14일 오후 8시의 시계는 1800m였고 8시3분24초에는 1700m였다. 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최소치인 1600m를 넘은 수치로 가시거리는 충분히 확보된 상태였다. 그러나 8시4분12초에 시계가 1300m로 악화했으며 6초 뒤인 8시4분18초에는 750m, 8시5분30초에 300m까지 뚝 떨어졌다. NHK는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24’의 기록에 따르면 사고 1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나 여객기는 정상적인 높이에서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일본공수(ANA) 기장 출신 항공평론가 히구치 후미오 씨는 NHK에 “갑자기 시계가 악화했을 때 조종사가 ‘조금 더 기다리면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수(機首·비행기 머리 부분)을 아래쪽으로 향하기 쉽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기는 활주로 앞에 있는 6.4m 높이 무선설비와 부딪친 것으로 파악됐는데 전문가들은 이 역시 지나치게 낮은 고도로 활주로를 향해 접근했다는 증거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착륙 직전에 하강 기류가 있었을 가능성에 관해 검토 중이다. 조종사 실수 여부와 공항의 정밀계기착륙장치(ILS)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야마무라 부사장은 사고와 관련해 이날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전사를 대표해 이번 사고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깊이 사죄한다”며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탈출해 최악의 사태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날 김수천 아시아나 항공 사장도 히로시마공항을 찾아 일본 언론에 “이번 사고 발생에 대해 승객들과 그들의 가족, 일본 국민에게 죄송스럽다”면서 “안전관리감독을 강화해 항공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A320기)는 14일 오후 6시 34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8시 5분쯤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를 벗어났다. 당시 공항 시정 거리는 500m 미만이었다. 승객 73명과 승무원 8명은 항공기가 멈춘 후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긴급탈출했고 27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여객기는 엔진, 보조날개, 수평 꼬리 날개 등이 부서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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