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빠져서는 안 되는 곳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는 다소 수고가 따른다.
사진을 찍고 나서 그들이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사진으로 인화되기 전까지는.
필름이 남아있어 카메라는 서랍 속에서 몇 달을 보내고 필름을 모두 소진해야 동네 사진관으로 옮겨진다.
며칠간의 기다림 끝에 몇 달 전의 소중한 추억은 한 장의 사진으로 돌아온다.
사진 속 등장인물들에게 사진을 나눠주고 내 몫을 고이 앨범에 넣어두면 비로소 한 장의 추억이 완성된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에게 이런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수시로 사진을 찍고 마음에 안 들면 지우면 그만이다. 피부색을 보다 밝게 보정하고 헤어 스타일도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뚝딱 만들어진 사진은 앨범 대신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곧 바로 뿌려지고 SNS에 공개된다.
한 장의 추억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훨씬 줄었고 방법도 쉬워졌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조리개값 0.1을 두고 다툴 정도로 기능이 좋아졌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영화도 찍는 마당에 사진이야 오죽하랴.
이쯤 되면 카메라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런데 여전히 사람들은 카메라를 찾는다.
서울 남대문 근처에 줄지어 있는 카메라 가게에는 신제품을 구경하거나 렌즈를 바꾸러 가는 발길이 여전히 이어지고 카메라 커뮤니티에는 제품에 대해 문의하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서울국제영상기자재전(P&I) 2015’도 최신 카메라 트렌드를 읽고자 하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스마트폰보다 크고 무겁지만 본체를 두 손으로 잡는 느낌과 찰칵하는 소리의 셔터음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한 카메라는 추억을 담는 역할을 계속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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