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와 SK 지주회사간 합병론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중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였다.
SK C&C와 SK 지주회사간 합병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더하고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SK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나 SK C&C가 지주회사 SK를 지배하는 불완전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왔다. 그룹으로서도 최태원 회장 일가가 SK C&C를 거쳐 SK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를 취하고 있어 그룹 지배력이 불안정해 보였다.
SK C&C에 대한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율은 43%에 달한다. 여기에 SK 지주회사의 자사주 비중이 높아 SK C&C는 SK 지주회사에 대한 31.8%의 지분율로 그룹사에 대한 완벽한 지배구조를 형성해왔다. 관련 법상으로도 이같은 구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합병은 선택 사안이었다.
다만, 지배구조 못지않게 합병론의 근거가 돼 온 것이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이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독점거래 및 공정개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수관계인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는 20%)는 관계회사와의 거래를 제한받는다. 2012년엔 공정거래위원회가 SK C&C에 대한 그룹 계열사의 부단 내부지원거래로 3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고등법원은 이를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과징금 취소 판단을 내렸는데 대법원 판결까지 논쟁이 계속되는 중이다. IT서비스는 보안의 중요성 때문에 외부에 업무를 맡기기 어려워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된다는 시각도 있다.
오너 일가에 대한 세금 문제도 거론된다. 일감몰아주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한 대주주에 대한 증여세 부담을 키운다. 대주주 지분율이 3%를 상회하고 특수관계 법인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면 증여의제이익으로 보고 대주주에 과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SK C&C와 SK 지주회사간 합병 이후 다시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해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 최태원 회장 일가가 가진 사업회사의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그룹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감몰아주기 이슈도 해소할 수 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SK그룹은 그간 ‘따로 또 같이’ 체제 개편 및 수펙스추구위원회 설립 등의 과정을 통해 제조업과 IT서비스업간 융합 시너지를 강구해왔다.
SK그룹은 SK지주회사가 정유부문의 SK이노베이션, 가스부문의 SK E&S, 서비스 부문의 SK네트웍스, 정보통신 부문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 역할로 반도체 부문 SK하이닉스까지 지배하는 구조다. SK C&C는 이들 그룹 계열사의 성장에 기반한 IT투자수요 증대로 실적 성장을 계속해왔는데 이번 합병으로 이러한 사업적 시너지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특히 SK C&C의 반도체 모듈 사업과 더불어 고속성장하는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의 모바일 및 사물인터넷 사업 확장으로 인한 성장성이 부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합병 이후 보유하게 될 합병회사 지분율은 23.4%로 추정됐다. 최 회장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7.5% 지분을 받아 합병 후 최 회장 일가는 30.9%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는 적을 것으로 점쳐진다.
기업의 합병 결의가 있은 후 합병에 반대 의견은 갖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회사에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정당한 가격에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양사의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SK C&C가 보통주 기준 23만 940원, SK가 17만 1853원이다.
합병을 공식화한 후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밑돌게 되면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말 합병을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주주들이 요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예상치를 초과해 합병이 무산됐다.
SK C&C는 사업 확대와 합병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왔다. 더불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과징금 리스크가 해소될 가능성은 주주 가치에 긍정적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C&C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만큼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할 요인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합병 법인의 가치에 대한 개인의 판단이기 때문에 그 규모를 측정하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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