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주말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으로 드라마 집필에 발을 들인 김아정 작가는 신예의 재기발랄한 생명력과 신예답지 않은 집중력으로 무게중심을 잡는다. 분량에 상관없이 모든 캐릭터가 분명한 제 색깔을 내는 것도 작가 덕이다.
‘월요일은 알아도 일요일은 모르는 사이코’ ‘사회생활만 있고 사생활은 없는 또라이’ ‘이혼이란 사탄의 칼을 치켜든 처키’로 불리는 이혼 전문 변호사 조여정과 두부부터 미역국까지 얼굴로 받아내는, “조여정 서당에서 풍월 읊던 개” 연우진으로 웃음 사냥에 나선다. SBS가 “착하고 유쾌한 주말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내놨던 ‘모던파머’나 ‘떴다! 패밀리’를 볼 때는 도통 터진 적 없던 ‘현실 육성 웃음’이 이따금 튀어나온다.
그러면서도 OECD 가입국 중 이혼률 1위(2014년 대법원 통계 기준)를 차지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남편이 그냥 싫어 이혼하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는 딸과 “인제 와서 무슨 이혼이냐고? 내 인생 아직 30년은 더 남았어”라며 황혼 이혼을 꿈꾸는 엄마를 통해, 10쌍이 혼인신고를 할 때 3.5쌍이 이혼신고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말한다.
배우 연우진은 자칫 ‘조여정 원맨쇼’가 될 뻔했던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에서 똑똑하게 제 밥그릇을 챙긴다. 로맨틱 코미디에 지긋지긋하게 등장했던 백마탄 왕자에서 벗어난 지질한 캐릭터를 소신 있게 연기한다. 심형탁, 왕지원, 박준금, 김갑수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SBS는 2014년 초 종영한 김수현 작가의 ‘세번 결혼하는 여자’를 제외하고는 주말극 줄줄이 한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쓴맛을 봐야 했다. 착한 드라마, 가족 드라마를 내세웠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갈팡질팡했다. 빈번한 조기 종영에 결국 9시와 10시에 방송됐던 주말드라마 중 9시 주말극을 폐지하며 ‘선택과 집중’을 기했다.
SBS 드라마국의 김영섭 EP는 “드라마가 완성도 있게 나와 작품성면에서는 크게 만족하고 있다”면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니 만큼 추후 용두사미로 끝날 일은 없을 것이다. 또, 벌써 6부까지 촬영을 마친 만큼 숨 가쁠 일 없이 매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주말드라마는 여전히 SBS에게 어려운 싸움”이라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시청자에게 더 많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도 했다.
주말극 시장에서 유독 맥을 추지 못하는 SBS가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으로 반등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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