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권금성' 올라와보니…울산바위가 눌러앉은 이유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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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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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보면 머무르고 싶고 머무르면 살고 싶어라 '속초 여행'

  • 권금성, 동해ㆍ설악산 전경 한눈에

  • 동명항 영금정, 일출 출사지 유명

  • 아바이 마을엔 실향민 삶의 흔적

 
글·사진 기수정 기자 =계절의 여왕 5월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5월은 4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3박4일간 쉴 수 있는 데다가 정부가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관광주간(1~14)까지 맞물리면서 그야말로 황금연휴를 보낼 수 있다. 따스한 황금빛 햇살 곱게 비치는 5월엔 사랑하는 가족과 강원도 속초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속초는 마음마저 상쾌해지는 쪽빛 동해, 사시사철 매력 넘치는 설악산 덕에 국내 대표 여행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설악산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다…권금성
 

권금성 꼭대기 봉화대. 적이 침입하면 불을 붙여 위험을 알렸던 곳이다.

웅장하면서도 현란한 경관이 숨을 멎게 하는 한국의 명산 '설악산'을 가장 쉽게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권금성에 오르는 것이다.

마치 하늘과 맞닿은 듯 아찔하게 솟아 있는 권금성은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화채능선 정상부와 북쪽 산 끝을 에워싸고 있는 천연의 암벽 요새지다.
 
산성이 건립된 시기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고 지금은 터만 남은 이곳 권금성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하나 전해지고 있다.

옛날 권씨와 김씨 일가가 몽골의 침입을 피해 피난을 가던 중 다다른 산꼭대기에는 성이 없어서 적병과 싸우기에는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다. 
 

권금성에서 바라본 설악산은 아직 겨울의 옷을 벗지 못했다.

이에 냇가의 돌로 성을 쌓자고 제안한 권 씨는 산 밑으로 내려가 돌을 위로 던져 올렸고 이를 김씨가 받아 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성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람들은 성을 쌓은 이들의 성씨를 따 권금성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권금성 건립에 관한 전설이 믿지 못할 내용인지라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은 설악산 아래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들이 권금성 주변에서 발견됐다며 여전히 권금성 전설을 굳게 믿고 있다.

해발 700m가량의 아찔한 높이를 자랑하는 권금성은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에서 케이블카로 연결돼 1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찾기에 불편함이 없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푸른 비단을 깔아놓은 듯한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금강산으로 떠나다 수려한 경관에 취해 자리를 잡았다는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권금성에 오르지 않고는 설악의 참맛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전망이 좋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붉게 떠오르는 일출의 감동이 고스란히…영금정 해돋이 정자
 

장엄한 광경을 연출하는 영금정 일출. 해맞이공원과 함께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바다풍경이 멋진 곳이라면 어디든 정자가 그림처럼 서 있듯 동명항 입구에도 아름다운 정자 하나가 서 있다. 바로 영금정이다.

동명항의 끝자락 영금정을 보러온 사람들은 대개 바다를 마주하는 암반 위 구름다리 끝에 세워진 이 정자를 찾는다. 

경관이 아름답고 아침에는 아름다운 일출까지 볼 수 있어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속초의 절경으로 알려진 영금정은 본래 바다를 바라보는 커다란 바위산의 이름이었다. 일제강점기 속초항 축항 공사를 하면서 석재로 대부분을 파내는 바람에 너럭바위가 됐다고 한다.

파도가 거대한 석산 벽에 부딪치면 신묘한 음곡이 들려 왔고 이 소리가 마치 신령한 ′거문고′ 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그 바위의 이름이 영금정이라 붙여졌고 그 바위 위에 '영금정'이란 현판을 단 지금의 정자를 세우게 됐다.
 

영금정에서 바라본 일출

이 정자는 옛 소리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것이리라.

동이 트기 전 검푸른 동해,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취하고 사시 사철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 영금정을 찾곤 한다.

지금은 신비한 거문고 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저 멀리 밀려드는 파도의 자태, 저 멀리서 떠오르는 일출의 장엄한 광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실향민의 애환이 서리다…아바이 마을
 

아바이 마을의 명물 중 하나인 갯배. 2000년 아바이마을이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이곳의 교통수단 갯배까지 덩달아 유명세를 타게 됐다.

아바이 마을 하면 흔히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드라마 <가을동화>와 갯배, 그리고 아바이 순대겠지만 우리는 이곳이 실향민 1세대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실향민의 애환이 서린 마을임을 기억해야 한다.

속초시 청호동은 지난 1954년 수복이후 함경도 피난민들이 자리잡아 ‘아바이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급히 피난 나온 터라 빈 손이었던 그들에게 속초는 고향에 갈 날까지 입에 풀칠할 일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남자는 고깃배 타고 나가서 어부로 일하고, 아낙네들은 포구로 돌아온 고깃배 그물에서 생선 들을 떼어내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다.

이처럼 이곳에서는 어려웠던 1970년 전후 시대를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의 고단하지만 억척스런 삶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바이마을은 지난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지가 되면서 부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류열풍까지 일면서 아바이마을은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됐다.

동해와 청초호에 둘러 싸여 있는 이곳은 무동력 운반선인 갯배도 가을동화를 통해 덩달아 유명해졌다.
 

속초에서 본 벚꽃. 실향민문학촌에 핀 벚꽃이 탐스럽다.

시내를 왕래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 갯배는 실향과 분단의 아픔이 아닌 통일과 희망의 삶을 이야기하고픈 우리의 소망을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바이마을이 마을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70년대 이전에는 밖에서 문을 열면 바로 안방이 나오고 부엌이 보이는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가슴 아픈 실향민들의 사연으로만 돌아보기에 현재 아바이마을의 모습은 꽤나 평화롭고 정감 넘친다.

갯배를 타고 오가는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골목에서 늘어지게 한 잠 자는 동네 강아지들의 모습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고 시끌벅적한 아낙네들의 웃음 소리는 경쾌한 노래소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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