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시내면세점 신규 지정과 관련해 대기업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며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2월 서울 3곳과 제주 1곳 등 시내 면세점을 추가 허가키로 했다. 오는 6월 1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은 후 늦어도 8월까지는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신규 시내면세점 4곳 가운데 서울 2곳은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의 나머지 1곳과 제주도는 중소·중견기업만 참여가 가능하다.
현재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특허권) 지정에 나서기로 한 대기업은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갤러리아, 현대산업개발, SK네트웍스(워커힐) 등이다.
이처럼 대부분 유통 대기업들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성장 동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면세점 총매출액은 약 8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1.6%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 역시 14.7%를 기록했다.
공항·항만 등 출국장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5.9% 증가했지만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다. 반면에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총 5조3893억원으로 전년보다 32.2%나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관세청은 지난 6일 신규 면세점 사업자의 항목 중 경영 능력을 최우선으로 평가한다는 '시내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기준'을 발표했다.
관리 역량(250점), 지속 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 협력 노력(150점) 등으로 배점 기준도 정해졌다.
신규 허가와 관련해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제시되자 업체들이 주판을 튕기며 빌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신라면세점과 현대산업개발은 곧바로 합작 운영 방안을 내놓았다.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2위 면세사업자인 호텔신라와 함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주)'을 세워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을 리모델링 해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용산 재개발 사업에 참야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이파크몰과 인접지역의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와 12월 있을 롯데면세점 반납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호텔 신라의 속 사정이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정하고 강남권 최대 규모의 매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2주 후에는 모두투어와 손잡고 면세점 사업을 위한 별도 합작 법인도 설립키로 했다. 이는 현대 측의 입장에서 면세점 사업권 심사 항목 중 '상생 기여' 배점에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신규점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롯데도 최근 들어 본격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신규 면세점 후보지로 김포공항(롯데몰)·동대문(롯데피트인)·신촌·이태원·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가 이처럼 적극 나서는 이유는 오는 12월, 연 매출이 2조원에 이르는 서울 소공점(롯데백화점 9~11층)과 잠실점(제2롯데월드 에비뉴얼 7~8층)의 사업권이 동시에 만료되는 상태에서 한 곳이라도 탈락하면 롯데로선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신세계도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남대문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시내 면세점 부지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1일에는 독립법인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신세계 측이 별도 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현재 조선호텔이 연간 20~3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알짜 기업이지만 면세사업으로 인해 작년에만 15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법인을 분리할 경우 조선호텔의 적자폭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 개장한 제주공항 면세점에 안착한 한화갤러리아와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도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이들은 아직 다른 기업과의 합작에 대해 아직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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