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집권여당의 역공이냐, 범야권의 전선 확대냐.”
박근혜 정부 3년차 승부처인 4·29 재·보궐선거의 프레임 ‘새판 짜기’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장에 휘말린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여야 모두 선거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한 데다 재·보선 이틀 전에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면전환 카드’에 따라 정국이 또다시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전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 방향과 여론의 향배 등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1일 현재 한 자릿수로 다가온 재보선 판세는 더욱 ‘안갯속’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재·보선 필승을 위한 여야의 ‘지략 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너 몰린 與 ‘숨통’, 盧 끌어들이기 시도
여야는 이날 예상치 못한 ‘이완구 사의 표명’ 후폭풍이 일자 재·보선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코너에 몰린 새누리당은 일단 ‘숨통’을 마련했다고 판단하고 반전 모멘텀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심판론’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4·29 인천 강화 재·보선 지원유세에서 이 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고뇌에 찬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야권을 향해 “2~3일 그걸 참지 못하고 너무 과하게 정쟁으로 몰고 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당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검찰 수사와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을 촉구할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정쟁 프레임’에 가둘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렸다.
새누리당의 ‘정쟁 프레임’의 핵심은 성 전 회장과 참여정부의 커넥션이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성 전 회장이 두 차례 특사를 받은 것과 관련해 “성완종의 야권 로비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고, 김도읍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 때 특사나 가석방 대상자를 선정해 놓고 사면을 단행한 게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의혹을 전면에 부각, ‘성완종 리스트’를 모든 정권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의도다. 앞서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자원외교 국정조사 청문회 협상에서도 ‘참여정부 책임론’으로 물타기를 시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남은 재·보선 기간 동안 당 지도부가 현장에서 ‘지역일꾼론’을 얘기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선제적 특검 도입→정쟁 프레임→지역일꾼론→재·보선 승리’가 집권여당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野 ‘정권심판’ 동력↓, 변수는 朴대통령 승부수
마음이 급한 쪽은 제1야당이다. 애초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완구 해임건의안’ 채택을 고리로 남은 재·보선까지 파상공세를 펼치려던 새정치연합은 느닷없는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재·보선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표면적으로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다른 여권 인사를 정조준하면서 전선 확대를 시도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광주 서구 금호동 금호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지원유세를 벌이던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총리 사의 표명은 공정한 수사의 시작”이라며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8명에 대해 검찰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부재한 ‘초유의 국정공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나머지 장관 등에 대한 자진사퇴를 촉구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직접적인 사퇴 공세는 삼갔다.
문제는 이후다. ‘성완종 리스트’를 끌고 갈 새정치연합의 전략은 크게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인 여권 실세 8인 중 현직 인사의 자진사퇴 촉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및 운영위원회 국회 출석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촉구 △자원외교 국정조사 청문회로 전선 확대 등이다.
제1야당이 자진사퇴 촉구 등 대여 강공책을 쓸 경우 ‘성완종 리스트’가 부메랑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여의도 정가에는 ‘성완종 야권 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만일 이를 외면한 채 재·보선 초반 전략인 ‘유능한 경제정당론’으로 전환한다면, 정권심판론의 동력만 상실할 가능성이 많다.
야권 호재 이슈인 ‘성완종 리스트’로 ‘재·보선 승리→정국주도권 확보→총선 승리 발판’ 등의 계획에 암초가 발생한 셈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완구 사의 표명’과 관련해 “돌출 변수가 발생했다”며 “우리 당은 경제정당 기조로 선거전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범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한때 ‘4(여당)대 0(야당)’까지 전망한 선거가 ‘2대 2’ 정도로 전환했다. 새누리당이 전패할 만큼 판이 뒤집어지지는 않았다”며 “주목할 부분은 다음 주 귀국하는 박 대통령의 반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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