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로미오와 줄리엣… 인천시립극단과 러시아 연출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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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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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연출가 벨리코비치 발레리 로만노비치 연출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인천시립극단이 창단 이래 최초로 러시아 연출가와 만난다.

2015년 첫 정기공연인 W.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5월 7일부터 17일까지 연출가 벨라코비치 발레리 로만노비치가 맡아 독특하고 과감한 연출로 선보인다.

인천시립극단 창단 25주년을 맞이하여 최초로 해외 연출가를 초빙, 협업 연출하여 이루어내는 이 작품은 한‧러 양국에게 커다란 문화적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러시아 공훈예술가이자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연출가, 유고자파드 극단의 예술감독인 벨라코비치 발레리 로만노비치(이하 발레리)는 70년대 후반, 모스크바 연극계에 나타난 중견연출가이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발레리는 "제 연출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나머지 무대 요소는 배우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지요." 라고 말하며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고 배우의 개성과 정서를 최대한 끌어내는 연출기법을 구사한다. 빛과 어둠, 음악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배우와 관객간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분위기를 고양시킨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전문 연극배우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현재도 배우와 연출가를 오가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예술감독이자 상임연출가로 활동 중인 유고자파드 극단은 연기학교 출신으로 구성되던 당시 러시아 극단과는 달리 트럭운전사, 공장 직원, 사진사 등 다양한 경력의 단원들로 구성된 당대의 이단아였다.

이들은 7-80년대 연극 스튜디오 운동의 최고의 리더였으며, 그러한 활동의 결과 그들이 상주하는 유고자파드 극장은 1991년 러시아 문화 위원회를 통해 ‘국립 극장’ 칭호를 얻었다.

정통 리얼리즘을 고수하는 러시아 유수의 극단과는 달리 유고자파드는 고전을 부수고 해체하며,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외적인 역동성을 힘 있게 실어 보이는가 하면 내면에 잠재된 인간의식을 치열하게 표현한다.

발레리는 25년 전 러시아 배우들과 함께 내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러시아 유고자파드 극단의 ‘햄릿’을 공연했었다. 그 당시 이 연극은 한국 연극계에 전에 없던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기가 막히다’라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으며, 모든 연극인들의 머릿속에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이 공연은 주요철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2014년 세종대 김태훈 교수의 소개로 발레리와 친분을 쌓은 주요철 감독은 작년 5월경 러시아를 방문해 10여 일간 머물면서, 발레리와 예술적 교류를 나누었다.

10월에 러시아를 재방문한 그는 근 한 달간 발레리가 연출을 맡고 있는 모스크바 예술극장과 유고자파드 극장을 오가며 그의 연출작품 4편을 감상하였다.

이에 그 높은 수준을 실감한 주요철 감독은 발레리와 함께 인천시립극단의 작품을 만들기로 결정, 정식 계약을 진행하였다.

발레리는 4월 중 장기간 인천에 머물면서 직접 한국 배우들을 만나 코치하면서 연출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협업은 25년 전의 그 햄릿처럼 두 국가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 넣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25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뜻 깊다.

로미오 역을 맡은 이규호와 줄리엣을 맡은 이수정[사진제공=인천시]



인천시립극단은 이번 무대에서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무대 장치와 의상을 그대로 사용한다. 대신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게 언어를 치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더불어 현대적인 영상기법을 도입해, 이를 통해 놀라운 연극적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선사할 것이다.

이러한 무대와 배우들의 하모니는 불같은 사랑의 폭풍우 속을 향해 가는 어린 연인들의 격정을 탁월하게 표현해 낼 것이다.

관객을 이룰 수 없는 러브스토리 속으로 이끌고 갈 ‘로미오’와 ‘줄리엣’ 역은 각각 시립극단의 보석과도 같은 배우 이수정과 이규호가 맡아 열연한다.

우선 줄리엣 역을 맡은 배우 이수정은 서울예대를 졸업했으며, 큰 눈망울과 가녀린 체격, 그리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비운의 여주인공에 적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년 직접 모스크바 예술극장(대공연장)과 유고자파드 극장(소공연장)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두 관람 하였던 주요철 예술감독은 배우 이수정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극장의 줄리엣보다도 더 아름답고 매력적이라 자평했다.

또 다른 타이틀 롤을 맡은 이규호는 인천시립극단의 막내에도 불구하고 로미오 역에 발탁된 파격적인 캐스팅의 주인공이다.

중앙대 연극학과를 나온 그는 단편영화 및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를 두루 경험하며 탄탄한 연기의 기반을 닦았다. 그의 얼굴 속에 묻어나는 풋풋한 감성과 여심을 녹이는 눈빛은 왜 그가 신입 단원임에도 로미오에 캐스팅 되었는지 알려준다.


인천시립극단과 발레리는 향후 예산확보가 되는대로 러시아 배우들이 로미오 가계 쪽을, 한국 배우들이 줄리엣 가계 쪽을 맡은 합동공연을 제작할 예정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 및 서울의 공연장, 러시아 모스크바 예술극장, 블라디보스토크 예술 극장 등을 후보군으로 놓고 협의하고 있다.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러 연극 협업의 새로운 개척점이다. 25년 전의 그 햄릿처럼 두 나라의 관객들과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으며,  더욱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천시립극단의 제70회 정기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은 5월 9일부터 17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 문의: 인천시립극단 032-420-2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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