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공공 R&D, 산업수요에 맞춰야···독일 사례 벤치마킹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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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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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근 공공 연구개발(R&D) 개혁 관련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공공 R&D 연구과제가 산업현장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며, 세 가지 측면에서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정부는 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 5조6000억원, 대학 4조5000억원 등 1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가구당 연간 63만원이 넘는 큰 금액을 투자한 셈이지만 성과는 많지 않다. 기술무역수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9위로 최하위이며, 공공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 19만건 중 15만4000건 이상이 휴면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술료 수입을 결정하는 사업화 성공률의 경우 영국 70.7%, 미국 69.3%, 일본 54.1%인데 비해 한국 20.0%에 불과하다.

현재의 공공 R&D는 정부 주도로 연구과제·평가기준을 설정하는 ‘톱다운’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경련은 이러한 톱다운 방식이 과거 추격형 산업 구조에는 맞을지 몰라도 선도형 산업기술이 필요한 오늘날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응용분야 출연연이 민간보다 정부수탁과제 중심으로 연구하는 상황과 대학이 국내 산업구조에 맞는 연구보다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논문 작성에만 집중하는 상황에 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2014년 OECD가 발표한 ‘한국 산업기술정책보고서’에서도 톱다운 방식으로 연구혁신방향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좋은 아이디어가 수많은 원천에서 나오는 선진 경제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경련은 한국의 공공 R&D 개선 방향으로 독일의 사례를 벤치마킹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연간 기술무역수지가 15조원 이상으로, 대표적인 기술 수출국이다. 이러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아닌 출연연과 기업이 스스로 연구과제를 결정하는 전형적 ‘바텀업’ 방식의 R&D 시스템에 기인한다. 응용분야 출연연과 공과대학의 경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권을 주되 시장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도 출연연, 대학 등 공공 R&D 전반에서 독일의 사례를 참조하여 기술 수출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한국은 13개 부처, 17개 평가기관에서 공공연구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경영평가를 실시하며, 3년마다 종합평가를 실시한다. 기관평가 결과가 출연금, 능률성과급 지금, 기관장 성과 연봉 등에 반영되기에 매년 막대한 행정력을 평가준비에 투입하게 된다. 평가 기준이 계속 바뀌는 것도 문제다. 논문이나 특허 출원과 같은 연구 성과와 함께 정부 정책 이행 등을 평가하기에, 이를 따르다 보면 시장이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9년 정부는 한국형 공공자전거 개발 및 글로벌 자전거 브랜드 육성을 위해 자전거 R&D 단지를 조성하고, 다수의 출연연구소가 참여하는 ‘에쿠스 자전거’ 사업을 추진했으나 특별한 성과 없이 종료돼 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해 공공연구기관 4곳이 2010년부터 3년간 개발을 추진한 로봇물고기 사업도 사업계획서 대비 훨씬 낮은 속도 및 거리로 도입을 포기해 57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독일은 1개 부처에서 평가를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응용연구 출연연의 경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평가를 실시하고, 평상시에는 연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지만 확인한다. 대신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연구소는 과감히 해체시킨다.

한국의 정부 출연연구소 예산 중 41.1%는 정부 출연금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정부수탁이다. 민간수탁비중은 7.6%로 정부수탁 45.4%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시장 연구보다는 정부 과제 중심으로 하고 있다.

독일 최대 응용연구기관 프라운호퍼는 전체 예산 중 약 3분의 1을 민간수탁으로 조달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규정 충족 시 민간수탁 예산의 40%를 출연금으로 제공하지만, 충족을 못할 경우 10%만 제공한다. 즉 민간수탁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민간수탁 예산 및 출연금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김주환 프라운호퍼 한국사무소 대표는 “이러한 의무규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의 민간수탁(34.8%)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국은 대표적 제조업 강국으로, 전자(17.1%), 자동차(12.1%), 화학(10.9%) 비중이 높다. 그러나 대학에서 수행한 R&D 중 보건의료분야(19.71%) 및 생명과학(7.6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학 R&D 예산의 80% 이상이 정부로부터 나오다보니,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산학연구를 논문 연구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도 여전하다. 교수 임용시 산학협력 배점은 SCI급 논문 대비 4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으며, BK21 플러스와 같은 대학 지원사업도 산학협력에 대한 평가비중이 SCI 논문 대비 3분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독일은 산업 특성에 맞는 R&D를 대학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공과대학의 경우 기업과 함께 산학협력을 하는 것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독일 아헨공대의 경우 매년 1360건 이상의 산학협력을 통해 전체 예산의 40% 이상을 민간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으며, 독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기계, 화학, 전자 분야의 회사들과 협업을 수행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공공 R&D는 한국산업 미래 먹거리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소이다. 특히 R&D 인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각종 제도를 과감히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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