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왼쪽부터 아주경제DB, 예스 제공] KBS '나를 돌아봐', JTBC '엄마가 보고 있다'에 출연 중인 장동민,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예원.
JTBC의 ‘나홀로 연애 중’이 지난 18일 막을 내렸지만 예정된 종영이었고, 한 주 뒤인 25일 아무 일 없는 듯 곧바로 ‘엄마가 보고 있다’를 공동 MC로서 이끌고 있다. 사건 발생 10여일 전 시작한 ‘크라임씬2’에서 하차시킬 의향이 없다는 것도 JTBC는 덤덤하게 확인해 주었다. MBC every1의 ‘결혼 터는 남자들’에도 굳건하게 출연 중이다.
KBS 역시 사건이 터진 5일 뒤 ‘애초 계획대로’ 장동민을 메인으로 내세워 자아성찰 리얼리티 ‘나를 돌아봐’를 신설했다. 심지어 사건의 발단이 된 지난해 8월의 팟캐스트 방송을 ‘찰떡궁합으로’ 함께한 유세윤과 유상무도 동반 출연 중이다.
각 방송사 제작진은 시청자가 거부한 건 MBC ‘무한도전’에 식스맨으로 낙점된 것이었을 뿐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잘못 한 번 하면 생계를 내려놓아야 하느냐 반문할 수 있겠다. 왜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느냐고 장동민을 옹호하는 사람도 많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기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장동민의 하차 요구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민심이, 여론의 향방이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말 그대로 빠른 시일 내든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든, 그를 계속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국민의 마음에 달려 있다.
문제는 제작진이 시청자의 소리, 국민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태도를 갖췄느냐는 것이다. KBS ‘나를 돌아봐’에는 시청자 게시판이 없다. 사건이 터진 후 4일 뒤, 첫 방송 하루 전, ‘안녕하세요. 홈페이지 관리자입니다. <나를 돌아봐>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은 제작진 요청에 의해, 오픈하지 않습니다. 이 점 깊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공지만 띄웠다. 제작진도 아닌, 홈페이지 관리자 이름으로.
장동민과 관련하여 게시판이 시끄러울 것을 예상해 시청자의 의견 개진 통로를 ‘원천 봉쇄’했다고 해석한다면 곡해일까. 시청자 의견에 귀를 막는 제작진이 포털사이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는 장동민 관련 민심을 살피고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쉽사리 해결되기 힘든 방송 제작진과 시청자 사이의 ‘볼통’ 속에 장동민의 활약은 오늘도 대단하다. 자아성찰 프로그램이라는 '나를 돌아봐'에 나와 욕쟁이 선배 김수미의 충고를 듣고 “30년 후의 나를 보는 듯하다”며 감동에 빠지고, 모심(母心)을 통해 전 세대의 공감을 아우르겠다는 ‘엄마가 보고 있다’에 나와 “엄마는 욕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그러면 나는 무엇을 먹고 사느냐”고 자신을 변호하는가 하면 아침부터 욕하는 건 멋쩍다는 후배에게 “여기(방송)에 네가 어디 있느냐”며 타협 없는 욕설이 철저한 직업정신임을 웅변한다. 갖은 비판 속에서도 ‘돈을 벌어가며 해명의 시간을 갖는’ 장동민에게 포털 핫이슈 키워드 1위쯤, 식은 죽 먹기다.
시청자 소리에 딴청을 피우는 건 MBC도 마찬가지다. 걸그룹 쥬얼리의 예원 감싸기가 도를 넘는다. 예원은 ‘무한도전’의 특집기획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통해 MBC예능의 예쁨을 톡톡히 샀는지,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종영시키는 ‘욕설 사건’의 주인공이 되고도 ‘우리 결혼했어요’에 합류했다. 소속사 식구 광희에게 ‘무한도전 식스맨 반대 서명’ 돌풍이 불어 닥친 것도 예원이 진원지였고, 시청자 게시판과 포털사이트를 통해 프로그램 하차를 넘어 방송계 퇴출 청원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건재하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시청’을 전제로 한다. ‘우리 프로그램을 봐 달라’는 홍보에는 열심이면서, 시청자의 의견에는 관심이 없는 ‘일방적’ 송출. 이것도 방송일까. 프로그램 전파는 너무도 빠른 속도로 안방에 도달하는데, 그 반대 방향의 거리는 멀어도 너무 멀다. 방송사들의 청력은 언제쯤 좋아질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