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오는 7~8월 중 확정 예정인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운영권) 선정과 관련해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해당 기업 오너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장기 불황에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데다 이번 유치전이 대기업 간 자존심 싸움으로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면세점 사업 유치를 위해 삼성가인 호텔신라와 전격적인 제휴를 통해 면세점에 뛰어 든 현대산업 정몽규 회장은 최근 계열사 대표들이 모인 그룹 회의에서 "전 그룹 차원에서 시내 면세점 유치를 적극 지원해달라"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회장은 관세청에 제출할 용산 아이파크몰 내 면세점의 설계·인테리어 등까지 직접 도면을 보며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임원들에게는 "현대산업개발의 '뿌리'인 건설업의 장점과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최고 수준의 면세점 매장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정 회장과 직접 만나 '합작 면세점'을 성사시킨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서울 시내 면세점 프로젝트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두 회사 실무진이 참여해 면세점 사업을 준비하는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격려하며 "용산이 최적의 입지인만큼 우리(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능력을 더해 동북아 최고의 관광상품 단지로 육성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면세점을 주축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비전을 바탕으로 정 부회장은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했고 지난해 김해공항에 두 번째 면세점을 열었다. 올해 2월에는 마침내 '숙원'이었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에도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처음 선정된 뒤 "우리는 백화점, 이마트,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등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유통 전문기업이기 때문에 역량은 가장 앞서 있다"며 "신세계는 면세점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면세사업과 지역관광을 연계, 지역경제와 중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개발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신세계그룹이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세워 본격적으로 면세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신세계의 면세사업은 조선호텔의 면세사업부에서 맡았으나 의사 결정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신세계가 100% 출자하는 면세사업 법인을 따로 만들었다. 당장 오는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대기업 2곳)를 따내는 게 목표다.
갤러리아 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가 지난 23일 '중국 관광객이 좋아하는 금빛'의 여의도 63빌딩을 앞세워 서울 시내 면세점에 도전한 것도 그룹 김승연 회장의 판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유통 등 서비스 사업 분야에서 어려운 시장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행해 도전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이 같은 경영 기조에 따라 시내 면세점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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