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공공택지의 아파트 부지 경쟁률이 수 백 대 1에 달하고, 토지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최근 건설업계는 부실채권(NPL) 사업장 등을 통해 토지 및 시공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 주택영업 담당자들이 눈여겨보는 토지는 부실채권 사업장이다. 건설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공택지의 추첨 경쟁률이 치솟고 계열 법인들이 많은 중소 건설사들이 추첨을 독식하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부실채권 사업장은 시행사나 건설사의 부도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곳으로, 3~4년 전부터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크게 늘었다. 채권 금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내놓아 분양가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고, 일부 현장은 건설 인허가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부지 매입이나 시공권 확보에 나선 것은 최근 주택경기가 좋아지면서부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신도시와 공공택지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에 택지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 수도권의 부실채권 사업장에 대한 수주 정보가 밀려들고 있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 등이 보유한 부실채권 사업장은 토지비가 시세의 50∼80% 선에 나오기 때문에 토지 매입에 따른 리스크가 적고 PF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초 김포시 사우지구에서 사업이 중단된 부실채권 사업장을 채권자인 군인공제회로부터 약 900억원에 인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공택지는 '그림의 떡'이고 주민 민원과 보상 등의 문제로 신규 땅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주택사업용지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며 "부실채권 사업지 등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채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형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대부분 건설사가 시공만 하는 단순 도급으로, 자체 사업에 비해 수익성은 낮지만 미분양 발생에 대한 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현장 관리가 가능하다.
GS건설은 지난달 서울 강동구 고덕 주공6단지의 시공사로 선정되는 등 이달까지 성동구 행당6구역, 의정부 송산1구역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약 3조원(공사비 기준)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2조원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4개월 만에 초과 달성한 것이다.
롯데건설도 올해 부산 대연3구역 재개발, 자양1구역 재건축 등에서 1조6000억원,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마포구 신수1구역 재건축 등 6000억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각각 수주했다.
롯데건설은 강남권의 재건축 수주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강남지사를 마련하는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조만간 힐스테이트에 이은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새로 론칭할 계획이다.
지역주택조합과 민간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도시개발 사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최근 택지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건설사가 시공권을 받는 대신 조합을 대신해 사실상 토지주 동의 등 사업초기 업무부터 관여하는 모양새다.
서희건설은 공공택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3년 전부터 지역조합 사업에 집중해 현재 31개 사업장에서 총 2만5000여가구의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또 부동산 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은 충북 오송역세권 도시개발 사업의 대행을 맡아 주민들로 이뤄진 추진위원회와 공동 추진하고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앞으로 공공택지공급이 중단되면 대규모로 신규 택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도시개발 또는 도시정비 사업뿐"이라며 "부실채권 사업장에 비해 사업기간이 긴 단점이 있지만 수익이 높기 때문에 사업성이 보장되는 곳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사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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