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진출의 명과 암](中) ​'빛 좋은 개살구' 실속없는 해외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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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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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문지훈 기자 = 지난 수년간 진행된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과거에 비해 질적‧양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정체되는 모습이 보이긴 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 2009년 129개, 2010년 128개로 다소 정체됐던 국내 은행들의 해외 네트워크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163개로 확대됐다. IMF 외환위기 직전 257개에는 아직까지 훨씬 못미치지만 다시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질적 성장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해외시장에서 세계적인 금융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비롯해 정부의 지원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말 뿐인 해외사업…현지화 성적은 ‘0점’

국내 은행들의 공격적인 해외 진출이 이뤄지면서 해외자산 규모는 최근 수년간 큰폭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의 해외자산이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자산은 2006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이다. 글로벌 은행들의 해외자산 비중이 30~6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국내 은행들의 해외사업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은행의 현지화 또는 국제화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초국적화지수(TNI)만 살펴 봐도 국내 은행의 해외사업이 얼마나 부실한 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TNI는 은행의 총자산 중 해외자산, 총수익 중 해외수익, 총인원 중 해외점포인원 등의 비율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지수이다. 국내 은행의 초국적화지수는 5% 가량으로 글로벌 은행 수준(60~75%)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현지인력 낮은 활용도…현지 고객 확보에 장애

국내 은행 해외점포의 현지직원 비율은 50~60%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 90% 이상임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 상당수 점포장도 대부분 한국인으로 임명되고 있다. 이처럼 현지의 고급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현지화 전략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현지 고객의 구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현지 감독당국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은행의 진출이 집중된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우 제도적 진입장벽이 높아 현지 감독당국과의 관계 유지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지화를 하지 않고 은행들이 해외에서 이익을 얻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 성장 가로막는 지나친 실적주의 

국내 은행들이 해외점포의 임원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수익성과 성장성 등 단기실적을 중시하고 있는 것도 해외 점포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성과평가지표(KPI)도 수익성, 성장성 등 재무적 요소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보니 해외점포의 고위험투자 유인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현지 우량고객은 아무래도 현지 은행이나 보다 널리 알려진 글로벌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때문에 수익성과 성장성 등에 신경을 쓰다보면 부실징후 현지기업이나 저신용 개인에 대한 여신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A은행 해외법인장을 지낸 김모씨는 “해외로 파견되면 대부분의 임원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사고 없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길 바라는 경영 마인드가 만연해 있다”며 “이렇다 보니 장기적 관점에서 질적 성장을 이루려는 것보다는 경영평가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량고객이나 고정고객을 확보하는데 실패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현지 은행과의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점포의 경우 설립 초기에는 수익을 거두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흑자전환을 강요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HSBC가 해외점포 설립 시 3~5년간은 단기실적을 이유로 관련 임원을 문책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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