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빅뱅이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3년차 승부처인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패하면서 야권 권력지형 재편의 시계추가 한층 빨라지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을 통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20대 총선 전후로 메가톤급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표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낸 제1야당과 제3세력 존재 가능성을 맛본 진보진영 간 헤게모니 쟁탈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제1야당 중심의 정계개편 ‘빨간불’
30일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에 따르면 야권 권력지형 재편의 큰 줄기는 △빅텐트(범야권이 큰 텐트 안에 모두 합류하는 야권대통합) △헤쳐모여 식 신당 창당(새정치연합 호남 등 일부 세력+제3지대) △신설 합당론(시민사회 중심의 제3지대 정당 창당) 등이다.
애초 정치권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빅텐트’였다. 조직과 인물, 세력 등을 모두 갖춘 제1야당 중심의 대통합 정당을 만들자는 게 골자다.
야권대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범야권은 2012년 총선 직전 빅텐트 논의에 물꼬를 텄으나, 당시 민주당은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야권중통합인 민주통합당을, 진보진영은 통합진보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을 각각 만들면서 각자도생했다.
미완의 통합에 그친 범야권은 2012년 총선에선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같은 해 대선에선 ‘문재인+안철수’ 연대 전선을 형성했지만, 결국 보수정당의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2012년 대선 이후 제1야당 내부에선 “대통합밖에 답이 없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4·29 재·보선 참패로 빅텐트의 현실화 가능성은 한층 떨어졌다. 문재인호(號)가 야권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확보하기는커녕 당 내부 리더십마저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과 마주해서다. 이에 따라 야권발 정계개편은 ‘호남 신당’ 창당을 골자로 하는 헤쳐모여 식 신당 창당과 제3세력 중심의 신설 합당론 가운데 한쪽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호남’…지역구도 고착 불가피
“야권의 정치지형이 붕괴됐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재·보선 참패 의미에 대해 이같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호남의 약한 고리를 드러낸 친노(친노무현)체제에 대한 한계가 증명된 선거였다는 얘기다.
야권발 권력지형 재편의 핵심은 ‘호남’이다. ‘야권의 심장’인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제1야당을 격침한 천정배 당선인은 이날 “‘뉴 DJ’(새로운 김대중)들, 참신하고 실력 있고 국민을 섬기는 인재들을 모아서 비전 있는 세력을 만들겠다”며 제1야당과의 경쟁을 선언했다.
제3세력 평가의 장이었던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민심이 제1야당에 ‘호된 회초리’를 든 만큼 이를 발판삼아 정국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주목할 대목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자인 천 당선인이 ‘천정배발’ 정계개편의 요소로 ‘호남(지역)·DJ(가치)·비노무현(세력)’ 등을 꼽았다는 점이다. 야권발 정계개편의 큰 줄기를 ‘비(非) 새정치연합’ 재편에 한정하면서 헤쳐모여 식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문제는 새정치연합의 참패로 부상한 △헤쳐모여 식 신당 창당 △신설 합당론 등의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전자의 전제는 새정치연합 내 호남 등 일부 의원들의 이탈이다. 후자는 문재인호의 리더십이 붕괴할 때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양 진영이 각자도생하다가 ‘2016년 직전 선거연대→선거 참패→야권발 정계개편’의 도돌이표에 갇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분열과 공천 실패 등으로 선거만 하면 패하는, 야권의 고질병이 그대로 재연될 것이란 비판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와 관련해 “야권발 정계개편은 새정치연합 호남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라며 “야권 재편이 호남 지역에 매몰한다면, 당장 구태정치 비판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