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러드’ 정해인 “차기작, 조급하지 않아…길게 연기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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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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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오늘 날씨도 좋고, 컨디션도 좋아요.”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영락없는 ‘블러드’ 주현우다.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너스레를 떨기에 막연히 ‘캐릭터와 실제 성격이 비슷한가 보다’ 넘겨짚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해인의 얼굴을 발견했다. 묵직하고 깊은 면면들. 배우 정해인의 얼굴이었다.

최근 KBS2 ‘블러드’(극본 박재범 이재훈·연출 기민수) 종영 후 아주경제와 만난 배우 정해인은 꼼꼼하고 세밀하게 드라마를 간직하고 있었다.

“전 아직 대사도 다 외워요. 특별히 애착이 갔던 캐릭터였거든요. 박재범 작가님도 현우를 많이 예뻐해 주셨던 것 같아요. 원래 15부쯤에서 죽기로 되어있었는데 19회까지 살아있었잖아요. 나중에 종방연에서 여쭤보니까 ‘지상(안재현)이와 케미스트리가 잘 살아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지상이 형이 외로울까 봐 그러셨대요.”

극 중 정해인은 박지상의 조력자 주현우 역을 맡았다. 주현우는 팔방미인의 천재로 기계, 전자, 해킹 등 모든 분야에 능통한 인물. 장난기 넘치는 성격과 매력적인 외모로 ‘블러드’에 활기를 불어넣던 캐릭터였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가면 갈수록 분량이 늘어나서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집중적으로 캐릭터를 파고, 연습했었죠. 어떻게 해야 대사를 더 맛깔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자유분방하고 활기 넘치는 캐릭터기 때문에 애드리브 역시 자유롭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한 줄의 대사까지 작가님의 고뇌가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대충 날려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작가의 노력이 담긴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것이었다.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짜내야 하는데 촬영 막바지에는 대본도 급하게 나오고, 대사도 많아지니까요.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제가 좀 완벽주의자거든요. 스스로 몰아붙이는 타입이에요.”

그렇다면 정해인이 가장 공을 들이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장면은 무엇일까? 기자의 물음에 정해인은 고민도 않고 “19회 현우의 죽음”이라 답했다.

“현우의 죽음은 제게도 중요했지만 지상이 형에게도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제가 잘 받쳐줘야 지상이 형이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상이 형을 정말 슬프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그 신이 중요하다고 여기셨는지 제가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시더라고요.”

평소 화기애애한 ‘블러드’ 촬영 현장이었지만, 주현우의 죽음을 앞둔 촬영장은 숙연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까지도 주현우의 죽음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터였다.

“다들 분위기를 잡아주셔서 연기하기 수월했던 것 같아요. 죽는 연기를 하는데 지상이 형과의 추억이 막 스쳐 지나가는 거예요. 재현이 형도 그 얘길 하더라고요. 제가 죽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신이 생각나고 심지어는 주현우와 박지상이 아닌 정해인과 안재현의 첫 만남까지 떠올랐다고요.”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작품에 대한 애정이 그득했다. 장면을 설명할 때면 막히지 않고 술술 대사를 외워나갔다. 당시의 상황, 옷매무새, 상대 배우의 눈빛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죽는 장면에 있어 나름의 디테일도 짰다”며 연기 디테일에 대해 짚었다.

“방송을 보시면 제가 죽고 나서 신발 한 짝이 벗겨져 있거든요. 흐트러진 모습, 급박했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재현이 형도 그 모습을 보고 더 슬펐대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기폭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종영 후에도 정해인은 안재현을 ‘지상이 형’이라 부르곤 했다.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가 된 안재현과 정해인은 “같이 쇼핑도 하고 취미도 공유하기도 한”다. 극 중 주현우가 생일을 맞은 박지상의 옷을 골라주는 장면이 떠오른다고 하자 “실제로도 그렇다”며 멋쩍게 웃는다.

“제가 원래 형들을 좋아해요. 맏이다 보니 늘 동생을 챙겨왔었거든요. 보살피기만 하다가 제가 보살핌을 받으니까 좋더라고요.”

한 네티즌의 말을 빌리자면 정해인은 “케미스트리의 요정”이다. 박지상, 최수은(정혜성)은 물론이고 로봇인 러비와도 남다른 ‘케미’를 자랑했다. 상대 배우들을 나열하며 슬쩍 러비라는 이름을 꺼내자 정해인은 웃음을 터트린다.

“제가 생각했던 러비의 목소리와 방송에서 본 러비의 목소리가 조금 다르더라고요. 러비 목소리가 SBS ‘동물농장’의 성우분이래요. 나중에 방송을 보고 나서 목소리를 인지하고 나서는 그 능글능글한 톤에 맞춰서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러비에 대한 호흡은…. 힘들었어요. (웃음) 받아주는 상대가 없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헐리우드 배우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많은 트레이닝과 몰입이 필요하구나 싶었어요.”

꼼꼼하게 캐릭터를 해석하고, 상대배우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설령 상대가 로봇인 러비라고 할지라도 정해인은 ‘호흡’을 맞추고자 했던 것이다. “애매하게 감정을 주면 상대 역시 헷갈리기 때문”에 더욱 확실하고 명확하게 연기했다. 이토록 신중하고 꼼꼼했기에, 그는 오히려 더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드라마를 떠나보내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나면 여행을 갈 거예요. 가까운 일본으로 가려고요. 먹방 계획도 짜놓았어요.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 천천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려고 해요. 사실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올해 안에 꼭 작품을 하겠다는 강박도 없어요. 천천히 길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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